우리나라의 고령화 속도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다. 실제로 2000년에 노인인구가 전체인구의 7.2%를 돌파해 고령화 사회로 진입했으며, 2017년에는 고령인구가 14%를 넘어 고령사회로 전환되었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2021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전체 인구의 16.5%로 집계되었다. 이와 같은 추세라면 2025년엔 20.3%로 초 고령사회가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으며, 30년 후엔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전체 인구의 40%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요즈음 영양과 의술이 발달하여 일반적으로 건강상태가 좋아졌고 평균 수명이 신장되었다고 해도 노화가 진행됨에 따라 신체적ㆍ정신적ㆍ사회적 기능은 쇠퇴하기 마련이고 이 자연의 법칙에는 예외가 없다. 다만 각 개인의 건강상태에 따라 그 쇠퇴의 시작시기와 기간 및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인구의 고령화에 따라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건강상태가 나빠지고 그 기능이 점차 쇠퇴하여 일상생활이 어려운 노인들의 수는 날로 증가하고 사회적으로도 역할이 점점 줄어들기 마련이다. 건강이란 신체적 정신적 및 사회적으로 모두 평안할 때를 의미한다. 그러므로 노인의 건강을 이야기할 때 이 세 요소를 별개로 구분하여 말할 수는 없다. 즉, 신체가 약해지면 정신적으로도 약해지고 사회적으로도 위축되기 마련이다. 반대로 생각한다면 사회적으로 평안하고 정신적으로 건강하면 신체적 건강도 그만큼 유지되는 것이다. 인간은 사회적 지지를 통해 존중과 가치를 인정받으며 사회적 관계와 공동체를 이루고 건전한 행동을 유지하기 때문이다. 노인기의 대표적인 정신질환은 우울증이고 그 외에 치매, 망상장애와 섬망 등이 있다. 노인들은 신체적 쇠퇴로 인해 무력감을 경험하게 되고 전에는 스스로 통제하던 일들을 더 이상 할 수 없게 되면서 자존감도 점점 떨어지게 된다. 배우자나 친한 친구와 사별하거나 퇴직과 은퇴로 경제적 능력도 상실하게 되어 많은 스트레스를 경험하게 된다. 게다가 날로 약해지는 신체기능으로 인해 건강을 염려하며 잠을 못 이룰 때가 많아 알코올 남용에 빠지기 쉽다. 그리고 노화가 진행되면서 신체적 및 지적 기능의 쇠퇴는 피해망상이나 신체망상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처럼 노인들은 무기력감이나 가치 상실, 자기 비하감을 많이 갖고 있어 자신의 병은 고치려고 노력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기도 하고 남을 의심하는 편집증상을 나타내기도 한다. 이러한 노인기의 정신질환 가운데 대표적인 노인성 우울증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최근의 자료에 따르면 전체 65세 이상 노인 중 우울증상을 보이고 있는 노인이 21%로서, 노인 5명중 1명은 우울증을 갖고 있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우울(depression)이란 정상적 애도반응과는 달리 비교적 객관적인 사태와는 관계없이 한 인간의 병적 상황에서 일어나는 정서의 병리현상을 말한다. 그런데 노인의 우울 증상은 젊은 환자들과는 달리 기억력 감퇴와 인지기능의 저하를 많이 호소하므로 치매증상과 유사하여 소위 가성 치매(pseudodementia)라고 표현되기도 한다. 우울증 진단의 핵심 증상으로 다양한 신체증상을 호소하지만 노인들의 경우에는 우울과 무관하게 나타난다는 점이 독특하다. 노년기에 특징적인 우울증상은 슬픔의 표현이 적고, 신체화 경향이 있으며, 신체 질환에 대한 지나친 호소를 하고, 최근에 발생된 신경증적 증상을 보인다. 그리고 자해적 행동을 보이며, 가성치매 또는 치매에 동반된 우울증으로 보이고, 품행 장애와 비정상적 성격 성향이 강화되고, 뒤늦게 알코올 의존이 발생한다. 노인성 우울의 원인으로는 생물학적 원인과 심리·사회적 원인을 생각할 수 있다. 생물학적 원인은 아직 명확하지는 않지만 말초 신경화학적 및 신경내분비적 측정치와 뇌구조와 기능 면에서 다소 차이를 보인다는 보고가 있고, 신체적 질병과 신체기능 수준이 영향을 미친다. 심리·사회적 요인으로는 주관적 생활수준, 건강지각, 근로능력, 사별과 상실 등의 심각한 생활사건, 사회적지지 체계, 가족지지 정도, 재정적 문제, 교육수준, 인격 등의 문제가 노인의 우울에 영향을 미친다. 이외에 장기간 지속되어온 과도한 의존심과 부적절한 대응 행동을 보이는 노인들이 우울증에 취약하다. 노인성 우울증은 신체적인 질환이 공존하는 경우가 많고 자살의 위험성이 크기 때문에 진단에서 치료에 이르기까지 세심하고도 포괄적인 주의를 하여야 한다. 특히 노인 우울증의 급성기에 신체적 건강이 나쁘거나 불안정하고, 자살 위험성이 높은 경우, 현실 판단력과 검증력에 장애가 있고 순응도(compliance)의 가능성이 낮으며, 인지기능에 장애가 있는 경우, 그리고 사회적 지지 기반이 부족한 경우는 입원 치료가 필요하다.우울증은 의학적 질병으로 치료가 가능하며 특히 노인의 경우 우울증으로 인해 각종 신체질환이 동반되는데 우을증을 치료하면 신체질환이 좋아지는 경우가 많다. 노인 우울증에 대한 치료는 약물치료와 비약물치료로 정신치료가 있다. 노인 환자들에게 약물을 사용하고자 할 때 고려해야 할 것은 다른 치료 방법으로 가능한가를 먼저 평가해야 한다. 그런 다음 적절한 약물을 적절한 치료용량과 치료기간 동안 투여해야 한다. 비약물요법으로는 인지행동치료가 대표적이다. 이 치료는 자신과 세상에 대해 보다 현실적이고 긍정적인 사고를 하도록 인지적, 정서적, 행동적 개입을 한다. 이때에 자기조절, 자가효율성과 희망을 고취시키고, 삶의 의미를 재음미하며, 보호자와 가족, 간병인과의 관계를 증진시키고, 생산적인 활동에 참여시키는 원칙을 가지고 개입한다. 우울증을 앓고 있는 노인 자신은 우울증을 이겨내기 위해서 말없이 인내하기보다는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고, 사회적으로 고립되지 않도록 노력한다. 어제의 비로 오늘의 옷을 적시지 말고, 내일의 비를 위해 오늘의 우산을 펴지말라는 격언처럼 과거를 생각하며 죄책감을 느끼거나 후회하지 말고, 미래에 대해서도 미리 걱정하거나 불안해하지 않도록 노력한다. 그리고 스트레스를 줄이고 즐거운 생각을 하도록 노력하며 자신의 기분을 좋게 하는 활동에 참가한다. 마지막으로 치료약 복용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 우울증 노인을 가까이에서 모시는 가족이나 조력자가 취해야 할 태도도 중요하다. 가족이나 보호자, 그리고 조력자는 힘을 낼 수 없을 정도로 지쳐버린 우울증 노인의 말을 경청하는 자세와 그가 처한 상황을 수용하고 이해하려는 열린 태도를 가져야 한다. 경청할 때는 시선을 노인에게 준채로 그의 말에 귀기울여 들으며, ‘그러셨군요’ ‘참 힘드시겠어요’ 등의 말을 하므로 공감을 나타내는 태도가 필요하다. 우울증을 겪는 노인은 매우 무기력한 상태에서 아무 것도 할 수 없고, 아무 것도 하지 않는 자신을 책망하고 스스로 자기를 비하하며 부정적인 생각을 하게 된다. 이런 노인에게 막연한 기대나 비현실적인 위로의 말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보다는 우울증 노인이 현재 취하고 있는 행동이나 그간 쌓아온 노력과 상황을 구체적으로 짚어서 칭찬하는 강점관점의 태도가 중요하다. 자신에 대해 부정적이거나 비관적인 노인에게는 자각적인 관점을 가지도록 도우며, 주위의 따뜻하고 진심어린 정서적 지지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