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自殺, suicide)은 스스로 자신의 삶을 중단시키는 고의적 자해 행동이다. 기독교에서는 생명의 원천이 절대자이신 하나님이기에 인간의 자살은 하나님을 부정하는 행위이며, 하나님의 영역을 침범하는 죄로 간주한다. 자살도 자신에 대한 살인으로 보기 때문에 십계명 중 ‘살인하지 말라’는 제6계명을 위반하는 것이므로 금지한다. 어느 종교에서도 생명을 파괴하는 행위나 생명을 경시하는 태도를 용납하지 않고 있다. 자살은 생명에 대한 경시 풍조와 밀접히 관련되어 있다. 의학적 관점에서는 모든 자살을 정신병적 현상으로 보기 때문에 자살을 병리적 사고로 치부한다. 정상적인 사고방식을 지닌 인간은 살고 싶어 하지, 죽고 싶어 하는 것은 비정상적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자살은 개인의 병리 때문만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소외당하고 배척당하여 삶의 의욕을 잃고 절박한 상황에 처해 있는 사회적 약자들이 자살로 내몰리게 된다는 사회적 관점도 있다. 우리나라의 자살률이 OECD 회원국 중 제일 높은데, 그 중에도 노인 자살률이 매우 높다. 고령사회의 문제 중 하나는 노화로 인해 체력과 신체기능이 떨어지고 건강도 나빠지며 무기력해지므로 삶의 질이 급격하게 낮아지는 것이다. 노화는 자생이 힘든 노인 세대에게는 치명적인 생존문제와 연결된다. 특히 80대 이상 노인세대는 노화로 인한 고통과 불편이 매우 심하고 자존감도 떨어져 전 연령대 중 자살률이 가장 높은 세대가 되었다. 그 중에도 특히 남성 노인의 자살률이 더 높다.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의 최근 자료에 의하면 2020년 우리나라의 자살자 수는 13,195명으로 인구 10만 명당 자살자수를 의미하는 자살률이 25.7명이라고 발표하였다. 이는 우리나라의 자살률이 OECD 회원국 평균 11.0명(2019년) 보다 2.3배 이상 높은 수치다. 우리나라는 노인일수록 자살률이 높았다. 2020년 연령대별 인구 10만 명 당 자살률을 비교해봤더니 10대는 6.5명, 20대 21.7명, 30대 27.1명, 40대 29.2명, 50대 30.5명, 60대 30.1명, 70대 38.8명, 80대 이상 62.6명으로 고령노인의 자살률이 눈에 띄게 높은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면 노인이 왜 자살을 하고 있는 것인지 그 동기가 궁금해졌다. 자살을 생각해본 적 있는 65세 이상 노인들에게 그 이유를 물으니 27.7%가 바로 생활비 문제를 제일 많이 꼽았다. 다음으로 건강문제(27.6%), 부부자녀등과의 갈등·단절(18.6%), 외로움(12.4%), 가까운 사람의 사망(8.3%), 배우자·가족의 건강문제(4.9%) 등의 순으로 자살을 생각하게 된 이유를 들었다. 이러한 통계를 보니 우리나라 노인들은 인생의 말년에 돈이 없어서 죽음을 생각해야 하고, 몸이 아파 더 이상 정신적으로 버티기 힘든 상황에서 자신이 가족에게 짐이 되는 것 같은 현실이 고령노인을 자살로 내몰고 있음을 알 수 있다. 2014년 기준으로 국제비교를 보면 우리나라 노인들의 상대 빈곤율은 48.8%로 미국 21%, 독일 8.5% 스웨덴 7.6% 등과 비교해도 높고 OECD 평균 12.1%와 비교하면 4배나 높았다.요컨대, 우리나라 노인들은 노후 빈곤, 만성 질병과 신체적 불편함, 자식과 사회에서 외면당하여 생기는 외로움과 노인학대, 배우자의 사별, 그리고 왕년과 다르게 자신이 필요하지 않은 존재가 되었다는 허탈함 등에 의해 과도한 스트레스가 겹쳐 자살로 내몰리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실제 자살자의 70~80%는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자살을 암시하는 신호(signal)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살위험을 예고하는 신호를 보인다면 적극적인 관심과 도움이 필요하다. 자살위험신호에 대해 예의 주시하고 잘 관리해준다면 자살을 예방할 가능성이 커지겠으나 무관심하게 대한다면 오히려 상태를 악화시킬지도 모른다. 자살을 예견할 수 있는 신호는 개인적 차원의 신호와 사회적 차원의 신호가 있다. 개인적 차원의 신호는 자살하기 전에 보여주는 노인의 언어와 행동, 그리고 과도한 스트레스 상황이 여기에 해당된다. 언어적 신호에는 죽고 싶다는 직접적 표현, 신체적 불편 호소, 절망감과 죄책감 표현 등이 포함된다. 행동적 신호에는 자살을 준비하는 행동과 전에 없던 행동을 하는 것이 여기에 속한다. 상황적 신호에는 가족이나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이나 사별, 말기질환으로 진단받음, 만성질환과 신체장애 등으로 인한 과도한 스트레스 상황이 해당된다. 사회적 차원의 신호란 노인들이 자살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고 가는 사회전반의 전조증상이라고 볼 수 있다. 다음과 같은 사회적 현상이 발생했을 때 이러한 사회적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자살에 내몰리게 되는 것이다. 첫째, 핵가족화 현상에 의해 가족이나 사회공동체가 축소되거나 공동체 활동으로부터 노인이 소외되는 홀몸노인가구 등의 현상이 발생하는 경우둘째,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 상황에서 가족 및 사회와 장기간 단절되는 현상이 발생하는 경우셋째, 법률상으로만 존재하는 가족관계 때문에 홀몸노인이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수혜대상에서 제외되는 상황이 발생할 경우 등이 사회적 차원의 자살 위험신호에 해당된다. 자살에 내몰리는 노인들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은 직접적으로 노인을 상대로 돕는 방법과 간접적으로 국가나 사회의 정책 형성과 생명존중 인식개선 및 사회분위기 조성을 위한 방법을 모두 포함시킬 수 있다. 첫째, 위기의 노인을 사회적 지지망과 연결시켜 정서적 지지를 제공함으로써 자식과 사회로부터 외면당하여 생기는 외로움과 배우자와의 사별로 인한 상실감, 그리고 학대와 방임에서 비롯된 마음의 상처를 치유시킬 수 있다. 둘째, 노인의 사회참여활동을 진작시키므로 이를 통해 자신이 필요하지 않은 존재가 되었다는 허탈함에서 벗어날 수 있고, 자존감을 회복시킬 수 있다. 여기에서 사회참여활동이란 노인일자리 참여, 자원봉사활동 참여, 생산적 여가활동 참여 등을 말한다. 이러한 활동에 참여하므로 신체적· 정신적 건강 수준이 높아지고 궁극적으로 자살생각을 낮출 수 있다.셋째, 노후 빈곤 문제에 내몰리는 노인에게 공·사의 복지체계와 연결시켜 생계 및 건강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 특히 복지사각지대에 놓인 노인에게 사회복지전문기관에 의뢰하여 필요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직·간접적인 지원이 가능하다. 넷째, 만성질병과 신체적 불편함을 호소하는 고위험군 노인을 위하여 보건의료기관과 복지기관에 연결시켜 우울증 스크리닝, 심리지원 및 치료지원, 보건-복지 통합적 사례관리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 다섯째, 사회복지기관이나 종교시설로 하여금 생명사랑 이웃사촌마을을 형성하거나 홀몸노인 공동생활가정 모형을 개발하여 운영할 수 있도록 지원할 수 있다. 여섯째, 국가가 노인자살을 사회 문제로 인식하여 예방차원에서 생명존중문화를 조성할 수 있도록 민·관협력을 통한 지원을 할 수 있다. 인간은 사회적 관계 속에서 생존하고 생활한다. 삶의 보람은 나를 사랑해주는 대상이 있거나, 아니면 내가 사랑해야 할 대상이 존재할 때 갖게 된다. 더군다나 나를 사랑해주는 대상도 있고, 내가 사랑해야 할 대상도 있는 사람은 무척 행복한 사람이다. 이 대상은 배우자나 가족, 친구, 이웃, 그리고 지역공동체일 수 있다. 그 누구라도 연결이 되어야 어르신의 생명을 지킬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