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사회의 부양부담

지금부터 38년 전인 1983년 칸느 영화제에서 이마무라쇼헤이 감독의 영화 「나라야마부시코」가 대상을 받았다. 이 영화의 내용 중에는 노인이 70세가 되면 살아있는 사람들에게 부담이 되지 않기 위해 나라야마 산으로 떠나야 한다는 이야기가 있다. 영화의 배경은 19세기 일본 에도시대 말기의 동북지역에 위치한 어느 산골 마을로서 이곳주민들은 대부분이 농사를 짓고 자급자족하며 살아가는 곳이다. 이곳은 척박한 환경 때문에 수확량이 적어 대다수의 사람들이 궁핍하게 살고 있는데다가 깊은 오지에 있어서 정부의 통제도 거의 받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마을 주민들은 그들 나름대로 생존을 위한 룰(rule)을 정해놓고 살고 있었다. 특히 식량을 매우 중요하게 여기기에 도둑질을 한 이들은 엄벌에 처하고 있으며, 먹는 입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부모가 70세가 넘으면 아들이 그 부모를 등에 업고 나라야마라는 산의 정상에 올라가 버려두고 와야 하는 무서운 전통이 있었다. 어느 초겨울에 영화 속 주인공인 다츠헤이는 어머니인 오린이 70세가 되자, 어머니를 지게에 지고 나라야마의 산길을 오르기 시작한다. 오린이라는 헌신적인 노인은 진심으로 슬퍼하는 자식에게 업혀 산으로 향하지만 이것이 신의 부름이라고 생각하며 순응한다는 이야기이다. 이 영화 속에 나타나는 노인을 버리는 풍습은 인간을 육체적인 힘이나 능력 위주로 평가하는 가치관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고려장설화(高麗葬說話)에도 이 영화의 이야기와 흡사한 내용이 있다. 설화1 : 한 아들이 자신의 아버지가 일흔 살이 되었으므로 늙은 아버지를 버리기 위하여 그를 지게에 지고 깊은 산중으로 들어가서는, 약간의 음식과 늙은 아버지를 지고 왔던 지게를 놓아둔 채 되돌아가려고 하였다. 그러자 그를 따라왔던 그의 어린 아들이 그 지게를 다시 지고 오기에, 그는 아들에게 왜 지게를 다시 지고 오느냐고 물었다. 어린 아들이 “저도 아버지가 늙으면 이 지게에 지고 와서 버려야하기 때문에 가져왔습니다.”라고 대답하였다. 그 말에 그는 크게 뉘우치고 늙은 아버지를 다시 집으로 모셔 간 뒤에 잘 봉양하였다. 그로부터 고려장이라는 악습은 없어졌다고 한다. 설화2 : 고려장이 국법으로 정해져 있는 나라에 사는 어느 효자는 아버지(또는 어머니)가 늙어 고려장을 할 시기가 되었지만, 차마 그럴 수 없어서 아버지를 숨겨 두고 봉양하였다. 그러던 중 중국에서 어려운 문제를 내어 풀기를 요구해 왔으나, 아무도 풀지 못했으므로 온 나라가 근심에 싸였다. 그 때 늙은 아버지가 문제의 해답을 알려주어서 무사히 어려움을 해결하자, 나라에서는 이로부터 늙은이도 쓸모가 있음을 깨닫고 악습을 폐지하였다는 것이다.위의 고려장 설화는 늙은 부모를 산 채로 버리던 악습이 없어지게 된 내력에 관한 설화이지만 실제로 우리 역사 가운데 고려장이라는 문화는 없었다. 고려장 설화에서는 어린 아들의 재치(설화1)나 늙은 아버지의 지혜(설화2)가 인간의 존엄성과 정신적 가치의 중요성을 일깨워 주고 있다는 점에서 인간을 육체적인 힘이나 능력위주로 평가하는 영화의 메시지와는 다르다. 그런데 여기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고령사회의 노인부양부담 문제이다. 우리나라의 고령화 속도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다. 실제로 2000년에 노인인구가 전체인구의 7.2%를 돌파해 고령화 사회로 진입했으며, 2017년에는 고령인구가 14%를 넘어 고령사회로 전환되었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2021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전체 인구의 16.5%로 집계되었다. 이와 같은 추세라면 2025년엔 20.3%로 초고령사회가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저출산 고령사회의 가장 큰 이슈 중 하나는 노인부양을 누가 어떻게 부담해야 할 것인가 하는 문제다. 과거 전통사회에서는 대가족제도를 이루고 있어 가족 내에서 자연스럽게 노인부양을 책임져 왔으나 현대 핵가족 사회에서는 저 출산 현상과 맞물려 가족부양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부양부담이란 가족들이 노인들을 돌보면서 겪게 되는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재정적 부담을 총체적으로 일컫는 말이다. 특히 오랫동안 집중적이고도 강도 높은 돌봄 행위가 요구되는 노인이 계신 경우에 그 부양가족들은 다양한 스트레스 상황에 노출되기 마련이다. 거동이 불편하거나 치매와 같이 인지능력이 떨어진 노인을 모시는 경우는 재정적 부담과 함께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부양부담이 매우 높아 부양자의 삶의 질이 떨어지고 때로는 가족 전체의 균형이 깨지기도 한다. 우리나라는 이러한 노인들의 삶의 질 향상과 가족부양 부담의 완화 등을 목적으로 2008년부터 노인장기요양보험법을 제정하여 시행해오고 있다. 이 법은 “고령이나 노인성 질병 등의 사유로 일상생활을 혼자서 수행하기 어려운 노인 등에게 제공하는 신체활동 또는 가사활동 지원 등의 장기요양 급여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여 노후의 건강증진 및 생활안정을 도모하고 그 가족의 부담을 덜어줌으로써 국민의 삶의 질을 향상하도록 함”을 목적으로 삼고 있다. 뿐만 아니라 노인부양부담을 덜어주고 노인들의 편의와 복지를 도모하기 위한 노인요양시설과 주간노인보호센터, 실버타운 등 다양한 노인복지시설들이 계속 늘어났다. 이 대부분의 시설들이 어르신들의 노후를 편안하게 봉양하고 가족의 부양부담도 덜어주는데 기여해오고 있다. 필자는 장기요양보험제도가 실시된 첫 해(2008년)부터 6년간을 장기요양등급판정위원장으로 봉사한 적이 있다. 이 당시 치매 어르신으로 인해 가족들이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고 그 부양부담이 크기 때문에 시설급여를 요청하는 신청서류를 격주마다 대하곤 했다. 지금은 치매어르신의 시설급여가 가능하지만 그 때는 거동이 불편하지 않은 노인의 시설 입소는 등급판정위원회의 시설급여 허락을 받지 않는 한 시설입소가 제한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어떤 사례는 자식들이 그들의 부모 모시기를 피하려고 복지제도를 악용하는 것 같은 인상을 받기도 했다. 자식들의 입장에서는 먹고 살기 바빠서, 과도한 스트레스로 부양부담이 크기 때문에, 그리고 시설에 입소하는 것이 집에서 모시는 것보다 더 잘 모실 수 있기 때문이라는 이유로 시설입소를 신청한다고 말하였다. 심한 치매와 장기간의 병수발로 어쩔 수 없다는 이들의 호소에 대해 대부분의 판정위원들은 공감하지만, 어떤 때는 판정위원들이 좀처럼 공감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었다. 이런 경우 부양할 의무를 가진 가족들이 부양능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회피하기 위해 시설입소를 이용하는 것 같은 의구심이 생기기 때문이었다. 아무리 잘 계획된 노인복지 프로그램이라 할지라도가 노부모를 사랑하는 자식의 따뜻한 마음과 손자들의 재롱을 대신할 수는 없다. 다양한 노인복지 프로그램은 가족들로부터 사랑을 받을 수 없는 독거노인들에게는 훌륭한 대안적 서비스임에 틀림없다. 그런데 부양능력을 가진 자식들이 멀쩡히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늙은 부모들을 노인요양시설에 보내 인생의 최후를 맞게 하는 것은 현대판 고려장과 다를 바가 없다. 이렇게 노인요양시설에 보내진 지치고 병든 어르신들은 그곳이 편안한 요양처이기 보다는 죽기 전에 거쳐 가는 죽음을 기다리는 곳으로 여겨질 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사람의 편의를 위하여 만들어 놓은 노인요양시설이나 프로그램들이 오히려 사회적 고독과 소외감을 갖게 만들고 부양의무자의 효도의무감을 해방시키는 제도로 활용된다면 우리는 가장 소중한 그 무엇인가를 잃게 되고 말 것이다. 설령 자식들이 어쩔 수 없어 노부모님을 시설에 모시게 되었다 하더라도 그 자식들은 따뜻한 안부와 관심을 자주 보이므로 노부모에 대한 효도와 사랑의 마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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