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을 소망하며 죽음을 준비하는 삶 ⑧한스 홀바인의 죽음의 춤 4 6. 교황 대제사장이 죽는다면여호수아 20장그의 주교직을 타인이 빼앗게 하시며시편 109 중세 죽음의 춤에서처럼 홀바인의 ‘죽음의 춤’에서도 죽음이 소환하는 첫 번째 인물은 교황이다. 지상에서 하나님의 대리임을 자처하는 교황이 사치한 옷차림을 하고 호화스러운 옥좌에 앉아 있다. 세속 영역에서 가장 큰 자인 황제는 교황 앞에 무릎을 꿇고 두 손으로 그의 발을 공손히 잡은 상태에서 입을 맞추고 있다. 자신의 권력을 상징하는 보주(寶珠: 신성로마제국 황제의 권위를 상징하는 물건으로 십자가가 달린 구슬 모양의 장식)는 교황에 대한 복종의 표시로 바닥에 얌전히 놓여 있다. 절대 권력을 보여주는 삼중 왕관을 쓰고 있는 교황이 황제에게 단층으로 된 왕관을 씌워 주려 하고 있다. 죽음은 이 순간을 지켜보고 있다. 해골 하나가 교황 옆에 서 있고, 다른 해골은 추기경, 주교 등 교황 추종자들 가운데 서 있다. 그림 상단의 좌우에 있는 두 마귀는 이 서임식이 악마의 소행임을 알려준다. 영생을 사모하고 추구하는 존재의 상징인 교황이 영원한 죽음을 향한 파멸의 길을 걷고 있다. 이 장면에서 홀바인은 16세기 프로테스탄트 개혁 사상의 관점에서 중세 로마 가톨릭교회의 교황수위권과 그의 서임권을 비판하고 있다. 여기서 교황은 베드로 대성당 면벌부를 판매한 레오 10세다. 이를 강력히 비판하면서 마르틴 루터가 비텐베르크 성교회(城敎會) 정문에 95개조 논제를 게시했고, 이에서 프로테스탄트 개혁이 시작되었다. 개혁의 물결이 온 유럽으로 퍼져나가는 와중에 레오 10세는 루터를 파문했다. 7. 황제 네 집안 일을 정리하라 네가 죽고 살지 못하리라이사야 38장네가 그 곳에서 죽겠고 네 영광의 수레도 거기에 있으리라이사야 22장 황제는 손에 부러진 칼을 들고 화려한 왕좌에 앉아 있다. 황제는 두 사람의 분쟁을 조정하고 있는 듯 보인다. 그림 하단 오른쪽에는 가난한 청원자가 간청하는 듯한 모습으로 무릎을 꿇고 앉아 있다. 황제의 얼굴은 다른 사람을 향해 있다. 이 와중에 죽음은 황제의 머리에서 왕관을 벗기고 있다. 8. 왕 오늘은 왕이어도 내일은 죽으리라 집회서 10장왕도 [모두 인생을 똑같이 시작한다. 삶의 시작도 끝도 모든 이에게 한가지다]지혜서 7장 왕이 천개(天蓋) 아래 마련된 진수성찬이 차려진 연회석에 앉아 있다. 술잔을 따라 올리는 사람으로 가장한 해골이 왕이 살아 있는 동안 마시게 될 마지막 술을 잔에 채우고 있다. 9. 추기경 뇌물로 말미암아 악인을 의롭다 하고 의인에게서 그 공의를 빼앗는 자들에게 화 있을진저이사야 5장 교황 다음의 권위와 명예를 누리는 고위 성직자인 추기경과 한 남자 사이에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다. 유복해 보이는 남자는 무릎을 꿇고 추기경 앞에 앉아 있고, 추기경은 무언가를 건네주고 있다. 관직 매매 증서이거나 면벌부인 듯하다. 이 와중에 죽음이 추기경의 모자를 벗기고 있다. 10. 황후 교만하게 행하는 자를 하나님이 능히 낮추실 수 있으시니라 다니엘 4장 황후가 머리에 왕관을 쓰고, 호화로운 옷을 잘 차려입고 시녀들과 함께 품위 있게 걷고 있다. 질질 끌리는 드레스 자락을 한 시녀가 들어주고 있다. 이 행렬의 뒤로는 으리으리한 궁궐이 보인다. 이런 화려한 모습과 극적으로 상반되는 외모를 한 해골이 오른손으로 황후의 왼팔을 잡고 열린 무덤으로 안내하고 있다. 황후가 한 발만 내디디면 무덤 안으로 들어가게 된다. 이 모든 것이 허영이고 한순간에 끝날 수 있으며, ‘헛되고 헛된 것’이라고 외치는 듯하다. 11. 여왕 너희 안일한 여인들아 일어나 내 목소리를 들을지어다 일 년 남짓 지나면 너희가 당황하리니 이사야 32장 궁중의 광대로 변장한 죽음이 왕궁에서 나오고 있는 여왕의 왼손을 꽉 잡고 힘차게 끌어당기고 있다. 신하와 시녀들은 여왕을 보호하기 위해 사력을 다해 죽음에 저항하고 있다. 죽음이 여왕의 시간이 다했음을 알리는 듯 모래시계를 오른손에 쥐고 높이 쳐들고 있다. 황후가 나오는 장면과는 대조적으로 여왕은 물론 함께 있는 인물들까지 소스라치게 깜짝 놀라고 당황한 모습이다. ♠ 계속 ♠ 참고자료https://www.gutenberg.org/files/21790/21790-h/21790-h.ht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