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을 소망하며 죽음을 준비하는 삶 ⑧한스 홀바인의 죽음의 춤 9 34. 백작 부인 그들의 날을 행복하게 지내다가 잠깐 사이에 스올에 내려가느니라욥기 21장 집에 있는 의상실에서 백작 부인이 시녀로 보이는 여인의 도움을 받으며 화려한 옷을 입으려 하고 있다. 죽음은 백작 부인의 목에 죽은 자들의 뼈로 만든 목걸이를 장식품으로 걸어주고 있다. 백작 부인이 착용하는 모든 것이 이 뼈처럼 그 화려함을 잃게 될 것이요, 그녀의 몸도 무덤 속에서 부패하여 곧 이처럼 뼈만 남게 될 것임을 알려주는 듯하다. 35. 귀족 여성/신부 죽음만이 나와 당신을 갈라놓을 것이라룻기 1장 화려한 의상과 장신구로 멋들어지게 꾸민 귀족 여성이 사랑에 빠져 남자의 손을 잡고 걸어가고 있다. 죽음이 사랑을 속삭이며 행복해 보이는 그녀 앞에서 악기를 연주하고 춤을 추며 그녀를 무덤으로 안내하고 있다. 하지만 귀족 여성은 연애에 마음이 빼앗겨 죽음의 연주를 듣지 못하는 듯하다. 36. 공작 부인 네가 그 올라간 침상에서 내려오지 못할지라 네가 반드시 죽으리라열왕기하 1장 사치스러운 옷차림을 한 공작 부인이 천개(天蓋)가 달린 근사한 침대에 반쯤 누워있다. 해골 하나가 공작 부인의 드레스 아랫부분을 양손으로 꽉 잡아 끌어당기고 있다. 그 옆에서 다른 해골이 바이올린을 켜고 있다. 공작 부인이 침대에서 내려오지도 못한 채 죽음을 맞이할 것임을 알려준다. 37. 행상인 무거운 짐 진 자들아 내게로 오라 마태복음 11장 행상인이 머리 위쪽까지 상품으로 가득 찬 무거운 지게를 지고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하지만 해골 하나가 행상인의 소매를 움켜쥔 채 뒤로 거세게 끌어당기며 그의 걸음을 저지하고 있다. 그 옆에서 다른 해골 하나가 무엇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어떤 물건을 만지고 있다. 행상인은 자기를 방해하는 해골을 곤혹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보며, ‘아직도 갈 길이 먼데 바쁜 사람 붙잡지 말라’고 말하는 듯하다. 그러나 서두르는 행상인의 발걸음을 중지시키려는 해골의 의지는 확고하다. 앞으로 나아가려는 행상인의 움직임과 그를 뒤로 당기려는 해골의 움직임 사이에 강한 기의 충돌이 느껴진다. 홀바인의 ‘죽음의 춤’을 보면, 죽음을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는 사실은 상류층 사람이든 하류층 사람이든, 고관대작이든 미관말직이든, 성직자든 평신도든, 전문직으로 돈을 버는 자든 단순 노동직으로 생계를 꾸리는 자든 매한가지다. 남녀노소의 차이도 없다. 노파와 노인만 순순히 죽음을 따라가고 있는 듯하다. 38. 쟁기질하는 사람 얼굴에 땀을 흘려야 빵을 먹으리니 창세기 3장 태양이 서쪽으로 저물고 있다. 너덜너덜해진 옷을 입은 농부가 모자를 쓰고 쟁기로 열심히 밭을 갈며 고된 노동을 하고 있다. 그런데 쟁기를 끌고 있는 말들을 해골이 격렬히 뛰어가며 사정없이 채찍질하고 있다. 이에 따라 말들은 쟁기를 단단히 붙잡고 있는 농부를 데리고 죽음을 향해 질주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39. 어린아이 여인에게서 태어난 사람은 생애가 짧고 걱정이 가득하며 그는 꽃과 같이 자라나서 시들며 그림자 같이 지나가며욥기 14장 다양한 죽음의 상황이 있지만 이 그림을 보면 순간 가슴이 덜컹 내려앉는다. 벽도 지붕도 뻥 뚫린 채 다 허물어져 가는 낡은 판잣집에서 엄마가 두 아이를 위해 변변찮은 음식을 준비하고 있다. 그런데 불청객 죽음이 급작스레 찾아와 어린 막내를 낚아채 간다. 멋모르고 끌려가는 어린아이는 엄마를 향해 살려달라고 오른손을 뻗쳐 도움을 호소하고 있다. 기겁한 엄마와 형은 절망적으로 몸부림치며 머리카락을 쥐어뜯고 있다. 죽음이 어린아이를 데려가는 이 장면은 34편의 그림 중 인정사정없는 죽음의 모습을 가장 강력히 보여준다. 죽음은 나이를 상관하지 않고, 가난하다고 불쌍히 여기거나 봐주지 않고 빈민촌에까지 들어와 엄마에게서 어린아이를 앗아간다. ♠ 계속 ♠ 참고자료 https://www.gutenberg.org/files/21790/21790-h/21790-h.ht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