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을 소망하며 죽음을 준비하는 삶 ⑧한스 홀바인의 죽음의 춤 8 26. 의사 의사야 너 자신을 고치라누가복음 4장 죽음이 희망이 없는 환자의 손을 잡고 의사에게 데리고 온다. 죽음의 오른손에는 환자의 소변이 담긴 유리병이 들려있다. 죽음이 유리병을 의사에게 건네주자 의사가 왼손을 펼쳐 그것을 받으려 한다. 소변 검사는 환자의 건강 상태를 파악하기 위한 중요한 방법이다. 하지만 죽음은 의사에게 그 자신을 치료하라고 명한다. 질병을 잘 알고 그 분야의 전문가라고 하는 의사가 환자를 치료한다고 하지만 막상 자기 자신은 치료하지 못하고 죽음을 맞이하는 모순된 상황을 보여준다. 27. 점성술사 네가 그 모든 것들을 다 알거든 말할지니라네가 그때 태어났으리니 너의 햇수가 많음이니라욥기 38장 점성술사가 손가락을 사용하며 천장에 매달린 구를 자세히 관찰하고 있다. 이때 죽음이 그의 눈앞에 해골을 들이대고 있다. 점성술사는 점성술을 통해 예언도 하고 이런저런 징조도 읽어 낸다. 하지만 막상 자신의 사망은 예측하지도 못하고 징조도 읽지 못한다. 그리고는 준비하지도 못한 채 어이없이 갑작스레 죽음을 맞이한다. 28. 부자 어리석은 자여 오늘 밤에 네 영혼을 도로 찾으리니 그러면 네 준비한 것이 누구의 것이 되겠느냐누가복음 12장 돈이 수북이 쌓여 있는 탁자에 부자가 앉아 있다. 탁자 밑에는 돈궤와 돈주머니가 수두룩하다. 아마도 탁자 가득히 놓인 돈을 세고 있었으리라. 하지만 죽음이 의자에 떡하니 걸터앉아 왼손에 든 쟁반에 돈을 주워 담고 있다. 부자는 ‘어찌 이럴 수 있느냐’고, ‘이걸 어떻게 해서 모은 건데’라고 외치는 듯하다. 억울하고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으로 양손을 내저으며 항의하면서 죽음이 자기 돈을 가져가는 것을 저지하려고 애쓰는 듯 보인다. 그러나 죽음은 막무가내다. 이 그림에서 죽음은 매우 탐욕스러워 보인다. 죽음이 부자가 애써 모은 돈을 압수하니 이렇게 쌓아 놓은 재물이 부자에게 무슨 도움이 될까? 29. 상인 속이는 말로 재산을 모으는 것은 헛되고 어리석으며 너를 죽음의 덫으로 몰아넣으리라잠언 21장 항구에는 배들이 가득하다. 이제 막 도착한 짐 꾸러미들을 상인이 챙기려 한다. 이 짐 꾸러미들 안에 든 것들이 어디서 온 것인지, 어떻게 취득한 것인지, 어떤 종류의 물품인지, 어떻게 쓰일 것인지 구체적으로 알 수는 없다. 다만 그림의 상황으로 보아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것은 아닌 듯하다. 죽음이 우악스럽게 상인의 머리카락을 움켜쥐고 겉옷을 오른손으로 단단히 잡은 채 상인을 잡아당기고 있다. 상인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고, 그의 옆에 있는 남자도 혼란스러운 듯 두 손을 펼쳐 들고 입을 쩍 벌린 채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파악하려고 애쓰는 모습을 보인다. 30. 선원 부하려 하는 자들은 시험과 올무와 여러 가지 어리석고 해로운 욕심에 떨어지나니 곧 사람으로 파멸과 멸망에 빠지게 하는 것이라디모데전서 6장 죽음이 배의 돛대를 넘어뜨리려 하고 있다. 거센 폭풍우가 몰아치고 있고, 돛은 너덜너덜해지고, 선원들은 심한 곤경에 처해 있다. 이들은 재화를 얻으려는 세속적인 유혹에 빠져 항해에 나섰지만, 원하던 바를 이루지도 못한 채 죽음에 맞닥뜨리게 되었다. 31. 기사 그들은 한밤중에 순식간에 죽나니 백성은 떨며 세력 있는 자도 사람의 손을 빌리지 않고 제거함을 당하느니라욥기 34장 전신을 갑옷으로 중무장하고 화려한 깃털로 장식된 투구를 착용한 기사가 칼을 휘두르며 죽음을 제거하려 사력을 다해 싸우고 있다. 하지만 죽음은 끄떡없다. 오히려 흉갑과 작은 쇠사슬을 엮어 만든 갑옷을 갖춰 입은 죽음이 기사의 몸에 날카로운 창을 찔러 관통시키고 있다. 기사는 무기력하게 죽임을 당한다. 32. 백작 그가 죽으매 가져가는 것이 없고 그의 영광이 그를 따라 내려가지 못함이로다시편 49편 백작이 깃털로 요란하게 장식된 모자를 쓰고, 멋진 옷을 갖춰 입고, 혁대에 칼을 차고 있다. 하지만 이런 멋들어진 외형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게 백작은 살려달라고 애원이라도 하듯 두 손을 모으고 경악하는 표정과 함께 두려워 떠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 농부 복장을 한 죽음이 백작의 등판에서 떼어낸 것으로 보이는 물건을 가지고 백작을 죽이려 위협하는 듯한 자세를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백작을 근사해 보이게 만드는 어떤 외적 장식도 그를 죽음에서 보호해주지 못한다. 죽음에 맞서는 데 도움이 되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죽을 때 가지고 갈 수도 없다. 곡식 낟알을 떠는 데 쓰는 농구인 도리깨가 땅에 놓여 있다. 이 장면은 1524년부터 1525년까지 중앙유럽을 중심으로 일어난 농민전쟁을 연상시킨다. 33. 노인 나의 기운이 쇠약하였으며 나의 날이 다하였고 무덤이 나를 위하여 준비되었구나욥기 17장 노파 장면에 나왔던 덜시머가 이 장면에도 등장한다. 해골이 왼손으로는 목에 건 덜시머를 연주하고, 오른손으로는 노인의 왼손을 부축하며 그를 무덤으로 이끌고 있다. 수염이 길게 나고, 등이 앞으로 굽은 노인은 오른손에 쥔 지팡이와 자신의 왼손을 붙잡아주고 있는 해골에 의지하며 무덤을 향해 걸어가고 있다. 죽음에 저항할 필요도 못 느끼고, 죽음을 순순히 받아들인 듯한 모습이다. ♠ 계속 ♠ 참고자료 https://www.gutenberg.org/files/21790/21790-h/21790-h.ht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