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을 소망하며 죽음을 준비하는 삶 ④마스터 E.S.의 죽음의 기술 I 삽화가 들어간 아르스 모리엔디는 1450년대 전후에 나왔다. 삽화는 문맹률이 높았던 시기에 큰 도움을 주었다. 특히 죽음을 맞이하며 병상에 누워있는 이들이 귀로 잘 듣지는 못해도 눈으로 그림을 보면서 내용을 따라올 수 있었다는 점에서 매우 유용했다. 하지만 화가가 누구였는지는 모른다. 다만 많은 삽화에 ‘E.S.’라는 이니셜이 새겨져 있는데, 당시 인쇄업에 종사했던 독일 판화가 겸 금세공인의 것으로 추측한다. 장인의 경지에 다다른 익명의 예술가에게는 ‘마스터’라는 존칭을 부여하는데, E.S. 역시 마스터라 불렸다. 마스터 E.S.는 글로 된 아르스 모리엔디에서 가장 인기를 누린 부분, 즉 죽음을 맞이하는 이들이 경험하는 다섯 가지 시험과 유혹에 집중하면서, 열한 점의 목판화를 제작했다. 다섯 점은 각각의 시험을 묘사한다. 이 그림들은 죽음에 직면한 사람들이 얼마나 격한 감정에 사로잡혀 있는지, 죽음을 피하고 싶어 얼마나 몸부림치는지 잘 보여준다. 다른 다섯 점은 각 시험을 극복하고 이겨내는 모습을 표현한다. 악마가 불신하게 시험하는 그림은 천사가 믿음을 고취하는 그림과, 악마가 절망하게 시험하는 그림은 천사가 절망에 맞서 희망을 고취하는 그림과, 악마가 견딜 수 없게 시험하는 그림은 천사가 견디어 내게 고취하는 그림과, 악마가 자만하게 시험하는 그림은 천사가 겸손하게 고취하는 그림과, 악마가 탐욕을 부리게 시험하는 그림은 천사가 탐욕을 부리지 않게 고취하는 그림과 짝을 이룬다. 마지막 한 점은 죽어가는 자가 악마의 모든 시험을 이기고 평안히 자신을 하나님께 내어 맡기면서 죽음의 관문을 통과하는 승리의 모습을 그린다. 악마는 인생의 순례길에서 태어나는 순간부터 죽는 순간까지 끈질기게 사람을 괴롭히고 고통스럽게 하면서 즐거워한다. 이런 악마의 공격과 시험으로부터 하나님과 모든 성도 및 교회는 출생에서부터 임종 때까지 함께 있어 주고 보호해준다. 1-1 악마-불신하게 시험 죽어가는 사람이 침대에 누워 있고, 그의 머리는 오른쪽으로 갸우뚱 기울어져 있다. 매우 노쇠한 모습이다. 가슴 위로 맨몸이 그대로 노출되어 있고, 여윈 왼팔이 이불 위로 올라와 있다. 악마 넷이 그를 둘러싸고 열심히 공격하고 있다. 그림 상단 중앙에 있는 악마는 죽어가는 사람의 머리 뒤에서 홑이불을 잡아 빼내고 있다. 죽어가는 사람의 머리맡 오른쪽에 있는 악마는 무언가 열심히 토론하고 있는 한 무리의 학자들을 손가락으로 가리키고 있다. 이단인 듯하다. 그림 상단 왼쪽 구석에 있는 악마는 손가락을 아래쪽을 향해 가리키고 있다. 거기에는 우상을 숭배하고 있는 솔로몬과 시바의 여왕이 있다. 죽어가는 사람의 오른쪽 팔 옆에 있는 악마는 손가락으로 두 인물을 가리키고 있다. 한 명은 신체의 반 이상을 노출한 채 왼손에는 채찍을, 오른손에는 한 묶음의 매를 들고 있는 여성이다. 다른 한 명은 칼로 자신의 목을 베는 행동을 취하고 있는 남성이다. 죽어가는 사람이 누워있는 침대 머리맡 뒤로 성부 하나님, 예수 그리스도, 그리고 동정녀 마리아가 이 모든 상황을 우려하는 듯한 표정으로 바라보며 서 있다. 1-2 천사-믿게 고취 죽어가는 사람이 침상에 누워있다. 침대 머리맡에는 나무로 된 캐노피(덮개)가 있다. 침대 오른편에 한 천사가 그를 향해 서서 격려하며 권면하고 있다. 침대 왼편으로는 성부 하나님, 예수 그리스도, 동정녀 마리아가 서 있고, 성부 하나님 뒤편으로 머리에 뿔 두 개를 단 모세가 보인다. (모세의 머리에 뿔이 달리게 된 것은 성경을 번역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출애굽기 34:35에 “이스라엘 자손이 모세의 얼굴의 광채를 보므로”라는 기록이 나온다. 그런데 ‘광채’라는 히브리어를 ‘뿔’이라는 라틴어로 번역한 것이다.) 그리고 그들 뒤로 머리에 후광이 있는 19명의 성인 무리가 서 있다. 성령을 상징하는 비둘기는 캐노피 위에 앉아 있다. 바닥에는 악마 셋이 절망에 빠진 모습으로 누워 있다. 죽어가는 사람이 끝까지 믿음을 잃지 않도록 격려하고 권면하고 용기를 북돋우어 주는 일에 삼위일체 하나님뿐만 아니라 모든 성도가 참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2-1 악마-절망하게 시험 죽어가는 사람이 침상에 누워 있다. 왼쪽 팔이 이불 위에 올라와 있다. 침대 전체를 둘러싼 악마 여섯이 그를 괴롭히고 있다. 그들은 다양한 인물들을 손가락으로 가리키고 있다. 이 남자들과 여자들은 간음, 위증, 살인, 강도 등 온갖 종류의 죄를 지은 자들이다. 악마 하나는 손에 종이 한 장을 들고 있다. 아마도 죽어가는 사람의 죄를 열거한 목록일 것이다. 2-2 천사-절망에 맞서게 고취 죽어가는 사람이 침상에 누워 있고, 그의 두 팔은 이불 밑에 있다. 침대 오른편으로 한 천사가 그를 보살펴주면서 여러 인물들을 손가락으로 가리키고 있다. 이들은 죄를 회개한 대표적인 이들이다. 침대 머리맡 왼편에서는 막달라 마리아와 베드로가 죽어가는 사람의 심정을 이해하며 용기를 북돋아 주려는 표정을 지으면서 내려다보고 있다. 침대 머리맡 위에는 베드로를 상징하는 닭이 앉아 있다. 그림 왼편 상단 구석에는 예수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 처형을 받았던 두 명의 강도 중 회개한 한 명(누가복음 23:40-43)이 보인다. 오른쪽 하단 구석에는 그리스도인들을 박해하기 위해 다메섹으로 가던 바울이 말과 함께 땅바닥에 쓰러져 있는 모습(사도행전 9:3-4)이 보인다. 악마 둘이 죽어가는 자를 시험하고 유혹하는 데 참패한 채 침대 옆과 아래 바닥에 엎드려 있다. -계속- 출처The Douce Collection in the University Galleries at OxfordThe master E.S. and the Ars moriendi : a chapter in the history of engraving during the XVth century, with facsimile reproductions of engravings in the University Galleries at Oxford and in the British Museum / by Lionel Cust. | Wellcome Collec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