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을 소망하며 죽음을 준비하는 삶 ⑤ 마스터 E.S.의 죽음의 기술 II 세 번째 짝을 이루는 그림은 결딜 수 없게 하고, 조바심을 내게 하는 악마와 이에 맞서도록 권면하며 인내하며 견딜 수 있게 도와주는 천사가 등장하는 그림이다. 3-1 악마-견딜 수 없게 시험 죽어가는 사람이 침대에 누워 있다. 짜증과 화로 가득 찬 모습이다. 상체는 앙상한 뼈가 보이는 상태로 노출되어 있고, 양팔은 이불 밖으로 나와 있다. 얇은 이불은 복부를 중심으로 벌거벗은 몸의 일부만 가리고 있다. 남자는 이불 밖으로 내민 가녀린 왼쪽 다리로 담당 의사를 차고 있다. 아내인 듯 보이는 여성이 이런 행동에 못마땅한 모습으로 서 있다. 침대 오른쪽 옆으로 식탁이 뒤집혀진 채로 있다. 바닥에는 그릇, 컵, 칼, 숟가락이 여기저기 아무렇게나 널브러져 있다. 아마도 죽어가는 남자가 발로차서 그렇게 된 듯 보인다. 음식을 쟁반에 담아온 하녀가 어디에 상을 차려야 할지 몰라 당황한 모습으로 침대 발치에 서 있다. 그림을 잘 들여다보면 침대 오른쪽 아래에 박쥐 날개를 한 악마가 있다. 환자가 조급한 모습을 보이는 원인이 병 자체가 아니라 악마에게 있음을 보여준다. 악마는 자신이 야기한 이 상황을 보며 즐기고 있다. 3-2 천사-견디어 내게 고취 죽어가는 사람이 침대에 누워 있다. 그의 두 손은 기도하는 자세로 모아져 있다. 침대 오른편에서 천사가 죽어가는 남자 곁을 지키면서 죽어가는 과정을 잘 견디어 내고, 인내심을 갖도록 격려하며 도와주고 있다. 침대 머리맡에는 화살과 채찍을 들고 있는 성부 하나님과 가시관을 쓰고 채찍과 한 묶음의 매를 들고 있는 예수 그리스도가 고통을 겪고 있는 남자를 내려다보며 용기와 사랑을 주고 있다. 침대 왼편과 발치 쪽에는 순교자 네 명이 서 있다. 순교자를 뜻하는 영어 마터(martyr)는 그리스어 마르투스(μάρτυς)에서 유래하는데, 그 의미는 ‘증인’ 또는 ‘목격자’다. 이 네 명의 성인은 모두 끔찍한 죽음을 경험한 이들로서, 죽어가는 남자의 고통을 목격하고 있다. 1세기에 돌에 맞아 그리스도교에서 첫 순교자가 된 성 스데반(사도행전 7:58-59)은 자신의 목숨을 앗아간 돌을 품에 안고 침대 발치에 서 있다. 네 명 중 가장 뒤에 있는 성 로렌스는 격자무늬 판을 손에 들고 있다. 그는 3세기에 그 판 위에서 화형 당했다. 초기 그리스도교의 동정녀 순교자인 성녀 바르바라는 탑을 안고 있다. 전설에 의하면 니코메디아의 왕이었던 바르바라의 아버지는 좋지 않은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하도록 탑을 세우고 딸을 그곳에 감금했다. 그 안에서 그리스도교로 개종하게 되었고 이로 인해 참수되었다. 이집트 알렉산드리아 왕의 딸로 4세기에 순교한 성 카타리나는 고문에 사용된 바퀴를 들고 있다. 그림의 왼쪽 하단을 보면 한 악마가 침대 밑으로 기어들어가고 있고, 그 오른쪽 옆으로 다른 악마가 바닥에 엎드려 있다. 이 그림을 감상하고 있는 자는 극심한 고통을 겪으면서도 신앙으로 죽음을 이겨낸 순교자들의 존재를 통해 죽어가는 사람이 육체적 고통을 견딘 후 곧 모든 괴로움을 초월하고 평화를 누리게 될 것임을 느낄 것이다. 4-1 악마-자만하게 시험 죽어가는 사람이 침대에 누워 있다. 침대를 둘러싸고 있는 악마 넷이 그를 괴롭히고 있다. 그 중 셋은 죽어가는 자에게 왕관을 갖다 바치고 있다. 침대 왼편으로 머리맡 쪽에 성부 하나님이 서 있고, 그 앞에 세 명의 어린 아이들이 있다. 아이들은 순박함을 상징한다. 성부 하나님 옆에는 겸손을 상징하는 예수 그리스도와 동정녀 마리아가 서 있다. 그 뒤로 세 명의 다른 성인이 부분적으로 보인다. 4-2 천사-겸손하게 고취 죽어가는 사람이 침대에 누워 있고, 두 팔은 이불 아래 가려져 있다. 세 명의 천사가 그에게 주목하며 보살피고 있다. 그중 한 천사는 그의 죄가 말끔히 씻어졌음을 보여주기 위해 백지 한 장을 들고 있다. 그림의 상단에는 성부 하나님, 예수 그리스도, 동정녀 마리아, 그리고 성령을 상징하는 비둘기가 있다. 그 왼쪽에는 은수사 성 안토니우스가 서 있는데, 그는 겸손의 본이 된다. 악마 둘이 뜻을 이루지 못해 패배하고 좌절한 모습으로 바닥에 누워 있다. 오른쪽 아래 구석에는 지옥의 입구가 보이고, 세 명의 인물을 삼키고 있다. 5-1 악마-탐욕을 부리게 시험 죽어가는 사람이 침대에 누워 있고, 그의 두 팔은 이불 밑에 놓여 있다. 그를 둘러싼 채 악마 셋이 그를 괴롭히고 있다. 그중 침대 머리맡의 오른쪽에 있는 악마는 그의 가족과 친척을 대표하는 한 무리의 사람들을 손가락으로 가리키고 있다. 다른 두 명의 악마는 그의 집을 가리키고 있다. 어떤 남자가 그 집에 속한 마구간으로 노새를 한 마리 끌고 들어가고 있다. 그림의 왼쪽 하단 모퉁이에 보이는 저장실에는 통들이 쌓여 있다. 그 중 세 개가 눈에 보인다. 5-2 천사-탐욕을 부리지 않게 고취 죽어가는 사람이 누워 있는 침대의 오른쪽 옆에서 천사가 힘을 북돋아주며 권면하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침대 머리맡의 왼쪽 뒤로 십자가에 달린 구세주 예수 그리스도가 있고, 그 왼쪽 옆에 동정녀 마리아가 서 있다. 십자가 오른쪽에는 양떼와 성녀(聖女)들 사이에 선한 목자인 성부 하나님으로 보이는 분이 서 있다. 그 앞쪽에서는 한 천사가 한 남성과 한 여성을 덮는 것으로 둘러싸고 있다. 침대 오른쪽에는 악마가 절망적인 모습으로 바닥에 주저앉아 있다. 6 죽음의 순간-모든 시험을 이기고 승리 이 마지막 삽화에는 그림이 꽉 차 보일만큼 많은 등장인물이 나타난다. 죽어가는 사람은 침대에 누워있고, 왼손에 길고 가느다란 양초를 쥐고 있다. 한 수도사가 그 양초를 그의 손에 놓아주고 있다. 죽어가는 사람의 입에서 어린아이 형상을 한 그의 영혼이 빠져나가고 있고, 천사들이 그 영혼을 받아주고 있다. 당시에는 사람이 죽을 때 입을 통해 영혼이 나간다고 믿었다. 외쪽 배경에는 십자가에 못 박힌 구세주가 있다. 십자가 오른편에는 요한이 서 있고, 왼편에는 동정녀 마리아가 서 있다. 요한 뒤로는 네 명의 성자가 부분적으로 보이고, 동정녀 마리아 뒤로는 막달라 마리아, 바울, 그리고 여덟 명의 다른 성인들이 부분적으로 보인다. 여섯 악마가 침대 발치에 화난 모습으로 죽어가는 자를 우롱하는 듯한 태도를 취하며 서 있다. 이 삽화는 죽어가는 사람이 삼위일체 하나님과 천사들과 성인들 및 많은 사람들의 보살핌을 받으며 악마의 시험을 모두 이기고 평안히 마지막 숨을 거두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이 그림들은 죽음을 맞이할 때 어떤 시험이 가장 크게 오는지, 어떻게 죽음을 앞두고 불신, 절망, 조급함, 오만, 탐욕이라는 통제하기 힘들고 복잡 미묘한 감정에 휩쓸리는지, 그러한 시험과 감정을 이기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를 알려준다. 그리고 무엇보다 웰다잉을 위해서는 삼위일체 하나님의 임재뿐만 아니라, 공동체 전체의 관심과 보살핌과 격려가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를 보여준다. 출처The Douce Collection in the University Galleries at OxfordThe master E.S. and the Ars moriendi : a chapter in the history of engraving during the XVth century, with facsimile reproductions of engravings in the University Galleries at Oxford and in the British Museum / by Lionel Cust. | Wellcome Collec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