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하루, 거룩한 일상 ④]오늘의 식탁을 차려 먹으면서 하루의 삶을 따라가며 소소한 순간에서 거룩한 일상을 누리는 네 번째 시간입니다. 오늘 아침에는 무엇을 드실 생각이세요? 음식을 앞에 두고 잠시 기도할 때 무슨 감사를 고백하시겠어요? 하루의 삶을 따라가며 소소한 순간에서 거룩한 일상을 누리는 이번 시간은 아침 식사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건강한 식습관과 맛의 세계 주변에 아침 식사를 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학생이나 직장인은 늦잠을 자다 급하게 일어나 집을 나서다 보니, 아침을 놓치곤 합니다. 그중에는 일부러 먹지 않는 사람도 많습니다. 그 이유는 바로, 다이어트! 몸무게를 줄이고 건강한 몸매를 유지하기 위해서지요. 우연히 조선 시대 한 남자가 밥상을 마주하고 있는 모습을 찍은 사진을 봤는데 깜짝 놀랐습니다. 별다른 반찬이라고는 없는 작은 상 위에 어마어마한 크기의 밥공기와 넘치도록 담긴 밥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그런 밥상을 권하지는 않겠지만 전날 밤 저녁 식사 이후 공복 상태였다면 아침을 거르지 말고 조금이라도 먹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노년기에 건강한 신체와 마음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규칙적인 식습관이 중요합니다. 전문가들이 건강하게 오래 사는 비결로 꼽는 대표적인 두 가지가 바로, 규칙적인 운동과 올바른 식습관이기 때문입니다. Albert Anker - Still life:Excess(1896) 출처 : Wikipedia 음식을 먹는다는 것에는 여러 의미가 있습니다. 물론 음식을 먹는 첫째 이유는 배고픔을 해결하기 위해서지요. 신체가 전해주는 신호에 따라 음식을 섭취해 체력을 보충해서 활동하기 위함입니다. 그런데 사람이 음식을 먹는 광경은 다른 생명체와는 상당히 다릅니다. 동물은 오직 생존과 종족 보존을 위해서 먹습니다. 하지만 사람은 먹기 전에 음식을 조리하고, 식탁을 차리고, 함께 먹으려고 다른 사람을 초대하기도 합니다. 음식은 사회문화적인 성격을 띠는 때문에 어떤 음식을 누구와, 어디서 먹고, 무엇을 자주 먹는지를 보면 그 사람을 더 잘 알 수 있습니다. 이처럼 식사 자리에는 함께 하는 사람들과의 관계, 단맛을 비롯한 다섯 가지 맛은 물론 시각과 후각과 청각, 촉감과 미감과 같은 오감, 거기에 더해 손맛과 풍미를 비롯한 아름다움의 세계가 음식과 함께 펼쳐집니다. 마지막으로 하나 덧붙일 것은 음식과 맛은 인간의 기억에도 깊은 영향을 미칩니다. 그래서 어떤 음식의 맛이나, 언젠가 먹었던 특정 음식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기도 합니다. 어린 시절에 어머니가 만들어 주시던 음식은 결혼해서 분가해 따라 살 때도, 그리고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에도 내내 떠오르는 맛입니다. 호스피스 병동에서 임종을 앞둔 환자가 마지막으로 먹고 싶어 하는 음식을 봉사자들이 준비해 주면, 환자의 침상 주변에 모인 사람들에게까지 잊지 못할 맛으로 기억되는 신비가 있습니다. 식재료를 재배하거나 식탁을 차려본 경험 성경을 읽다 보면 음식으로 인해서 인생이 바뀐 사람과 민족을 만나게 됩니다. 창세기 25장을 보면, 야곱은 떡과 팥죽으로 형 에서에게서 장자의 복을 삽니다. 하루 종일 들에서 사냥하고 돌아온 에서는 심히 피곤했고, 동생 야곱이 쑤어놓은 팥죽에 눈이 휘둥그레집니다. 그래서 장자의 명분을 자기에게 팔면 이것을 먹을 수 있다는 동생의 말에, 배고파 죽게 된 형편에 그게 뭐 대수이겠냐며 그렇게 하겠다고 합니다. 성경은 에서가 장자의 명분을 가볍게 여겼다고 설명하는데, 에서는 장자의 명분을 저버리고 순간의 배고픔을 해결합니다(창 25:34). 두 사람의 인생이 뒤바뀌는 순간입니다. Esau and Jacob - Matthias Stom(1640) 출처: Hermitage Museum 애굽을 나와 광야를 거쳐 가나안으로 가는 이스라엘 백성의 여정에서 발목을 잡은 것도 음식이었습니다. 먹을 것이 없는 상황이 되자 바로 모세와 아론을 원망합니다. 심지어 애굽 땅에서 고기 가마 곁에 앉아 있던 때와 떡을 배불리 먹던 때에 하나님의 손에 죽었더라면 좋았을 것이라고 외칩니다. 사실 노예 생활을 했던 때 떡과 고기를 배불리 먹었다는 이야기는 맞지 않지요. 결국 이스라엘 백성은 해질 때는 진을 덮은 메추라기 고기를, 아침에는 이슬이 마른 후에 광야 지면에서 작고 둥근, 서리 같은 음식인 만나를 가져다 먹게 됩니다. 그런 와중에 아침까지 음식을 남겨두지 말라는 하나님의 명령을 어기고 욕심을 부리니 벌레가 생기고 나쁜 냄새가 진동합니다. 또 고기 냄새가 싫을 정도로 실컷 먹었지만, 고기를 씹기도 전에 하나님의 큰 심판을 경험합니다. 먹는 데 사로잡힌 마음에 욕심은 꿈틀거리고, 하나님을 믿는 믿음도 배를 채우는 일 뒤로 밀려납니다. 식탁을 차려보신 경험이 있으신가요? 텃밭에서 직접 재배한 재료로 음식을 만들고 사람을 초대해서 함께 식사해 보신 경험은요? 그런데 이런 경험을 하는 분들만 아는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음식을 나누는 자리가 마련되기 위해서는 무언가의, 그리고 누군가의 희생이 따른다는 것입니다. 먼저 식탁에 올라오는 음식물은 살아있는 처음 상태가 아니라, 죽어서 그 자리에 놓입니다. 다듬어지지 않은 재료들은 먹기에 적절하게 조리하는 사람의 수고를 통해 새로워집니다. 이 수고가 있어야 식탁에 올라와 사람들과 함께 나눌 수 있는 음식이 됩니다. 수고하여 식재료를 키우거나 음식을 요리해 식탁을 차려 본 사람들만이 아는 소중한 경험입니다. 예수님은 십자가에 달리시기 전날 제자들과 식사하시며 떡과 포도주를 나눠 주셨습니다. 이때 이것을 자신의 몸과 피라고 말씀하시고 떼어 주시며 먹게 하십니다. 그리고 이것을 행하며 나를 기념하라고 말씀하시지요. 기념하기 위한 행사로 마련하신 것은 십자가의 의미를 설명하는 교리 강연이나, 앞으로 일어날 부활을 미리 체험하는 등의 시간이 아니었습니다. 예수님은 너무나도 평범해 보이는 식사를 선택하셨습니다. 예수님의 생애는 시작인 성육신 사건부터 마침인 십자가 사건까지 자신을 온전히 다 주시기 위한 삶이었습니다. 하늘로부터 오는 참된 양식인 자신의 살과 참된 음료인 자신의 피를 먹고 마시는 사람만이 영생을 얻고 마지막 날에 다시 살아날 것이라고 설명하셨습니다(요한복음 6:54-55). 떡을 뜯고 포도주를 나눠주시듯이 자신을 주심으로, 이제는 우리까지 그 식사의 자리에 초대하십니다. 너희가 먹을 것을 주어라 과학 저널리스트인 마르타 자라스카(Marta Zaraska)는 수백 건의 논문을 분석하고 50여 명의 과학자와 인터뷰한 결과를 바탕으로 『건강하게 나이 든다는 것(Growing Young)』에서 건강하게 나이 든다는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볼 것을 권합니다. 채소와 과일을 얼마나 챙겨 먹어야 하는지, 하루에 얼마나 걸어야 하는지 등을 측정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건강한 삶에 큰 힘이 되는 사랑, 행복감, 이타적인 행동과 봉사를 강조하며 연구 결과를 설명합니다. 슈퍼 푸드, 영양제, 유행하는 건강법을 따라가는 것보다 즐거운 마음으로 사람들과 함께 하는 한 끼의 식사가 소중합니다. 주어진 음식에 대한 감사, 이웃과 함께 나누는 음식이 귀합니다. 그리고 그리스도인의 식사 시간에는 하나님을 향한 진심 어린 감사가 있습니다. 그 감사의 마음이 있기에 다른 사람과 기꺼이 나눕니다. Miracle of the Bread and Fish - Giovanni Lanfranco(1620-1623) 출처 : Wikimedia Commons 예수님은 먹는 것으로 깜짝 놀라게 하셨습니다. 물고기 두 마리와 떡 다섯 개로 오천 명을 먹이고, 남은 것을 열두 바구니 가득 담은 놀라운 기적에 사람들은 눈이 휘둥그레져 예수님을 왕으로 삼으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그 기적에 앞서 제자들에게 이런 말씀을 하십니다. “너희가 먹을 것으로 주어라.”(누가복음 9:13) 기적을 행하시기에 앞서 예수님은 제자들이 먹을 것을 주기를 원하셨습니다. 결국 제자들은 예수님이 준비하신 음식을 사람들에게 나눔으로 이 놀라운 기적에 참여합니다. 이후에도 부활하신 예수님은 갈릴리 호숫가에서 제자들과 함께 물고기를 구워 드시며 자신을 나타내십니다. 또 초대교회는 모일 때마다 예수님이 베푸신 식탁을 기억하며 음식을 나눕니다. 예수님의 제자인 그리스도인들은 미식이나 탐식이 아니라, “너희가 먹을 것을 주어라” 하신 예수님의 말씀처럼 공동체를 생각하며 생명을 함께 나누었습니다. 음식을 통해 축하하며 하나 됨을 이루고, 하나님의 구원을 세상과 나눈 것이지요. 오늘 이 아침의 식탁을 감사하며 기도로 맞습니다. 그리고 누군가를 식사 자리에 초대해서 함께 나눌 계획을 세워봅니다. 삶의 에너지는 음식물의 영양소만 아니라, 공동체를 통해서, 감사기도를 통해서, 이웃과 함께 나누는 식사를 통해서 더욱 풍성해질 것입니다. “우리가 세상에 아무것도 가지고 온 것이 없으매 또한 아무것도 가지고 가지 못하리니, 우리가 먹을 것과 입을 것이 있은즉 족한 줄로 알 것이니라.”- 디모데전서 6: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