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하루, 거룩한 일상 ⑤]집안을 정리하고 청소하며 하루의 삶을 따라가며 소소한 순간에서 거룩한 일상을 누리는 다섯 번째 시간은 청소와 정리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삶을 바꾸는 신박한 정리 방송 채널 tvN의 프로그램이었던 <신박한 정리>가 몇 해 전에 인기를 끌었습니다. 연예인 신애라 씨와 박나래 씨가 진행자로 출연해 누군가의 집을 정리해 주는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집을 정리하며 그 집안의 물건에 얽힌 추억을 나누고, 인생의 소중한 가치를 돌아보는 시간으로 진행되었습니다. 그런데 진행자가 방문한 집은 대부분 물건이 주인일 정도로 집안 곳곳 짐들이 자리를 차지했습니다. 그래서 제일 먼저 하는 일은 진행자와 집주인이 ‘버릴 것’과 ‘그대로 둘 것’을 구분하는 일이었습니다. 그 순간, 긴장감이 감돕니다. 진행자는 버려야 할 것이라고 하지만, 집주인은 그대로 둘 것이라면서 티격태격하는 상황이 벌어집니다. 그래도 용기를 내서 버릴 것을 버리고 비워진 공간을 새로 정리하고 나면 주인의 얼굴에 행복한 미소가 가득합니다. 청소와 정리야말로 많은 사람이 고민하는 주제이다 보니, 이런 장면에 시청자들은 깊이 공감했고, 다음 문장이 이 프로그램의 슬로건이었습니다. “집이 바뀌면 삶이 바뀐다!” Vincent van Gogh - A Man with a Broom(1881) 출처: 크뢸러 뮐러 미술관(네덜란드) 여러분은 청소를 잘한다고 생각하시나요? 정리에 있어 나름의 방법이나 원칙이 있나요? 아침에 일어나면 밤새 덮고 자던 이불과 침대를 정리하고, 아침 식사를 하며 사용한 그릇을 설거지합니다. 여기저기 놓인 제자리를 찾지 못한 물건들을 정리하고, 바닥도 한 번 쓸고 나면 기분이 상쾌해집니다. 해보신 분들만 느낄 수 있는 즐거운 경험입니다. 그런데 매일 반복해야 하는 이 일을 제대로 안 해서 겪은 난처한 상황들이 떠오릅니다. 예를 들어 물건을 반품해야겠는데 물건 샀을 때 받은 영수증은 어디 있는지, 빨리 외출해야 하는데 휴대폰과 차 열쇠, 지갑은 왜 안 보이는지 하는 경우들이지요. 점점 마음은 조급해지고, 때로는 화가 나기까지 합니다. 기억력이 떨어지는 노년이 되면서 더 자주 이런 경험을 하게 됩니다. 그때마다 이런 말을 중얼거리게 되지요. ‘잘 정리해 두었으며 좋았을 것을. 미리 청소하고 정리해 둘 걸.’ 여성들이 정리하기 힘들어하는 대표적인 곳으로 냉장고를 꼽습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냉장고를 정리하는 것만으로도 다이어트에 큰 도움이 된다고 하네요. 연구 결과에 따르면, 사람들은 무엇을 얼마나 먹는지를 생각하기보다, 냉장고 문을 열었을 때 먼저 눈에 띄는 것을 선택합니다. 그러니 냉장고 안을 어떻게 정리하느냐에 따라 무엇을 먹을지가 결정되고, 그 결과는 신체의 변화는 물론 삶의 질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또 하나가 가방이라고 합니다. 들고 다니는 가방 자체도 큰데, 그 안에 여러 살림살이를 넣다 보니 막상 원하는 물건을 찾지 못해 애를 먹습니다. 결국 가방 안의 물건을 다 꺼내놓고 나서야 필요한 물건을 찾게 되니 보통 난감한 일이 아니지요. 반면 남성들은 직장 생활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업무용 책상을 정리하기 어려운 일로 꼽습니다. 책상 위에 쌓여 있는 결제받아야 하거나 이미 결제받은 서류들, 정리 안 된 필기도구, 책이나 인쇄물, 여러 잡동사니까지 업무에 지장을 줄 정도라고 합니다. 청소의 시작은 불필요한 것 버리기 성경에 참 흥미로운 구절이 있습니다. 예수님이 보여주신 이적인 물고기 두 마리와 떡 다섯 개로 5천 명을 먹이신 사건에 등장하는 구절입니다. “다 배불리 먹고 남은 조각을 열두 바구니에 차게 거두었으며”- 마태복음 14:20 예수님은 한 사람이 가지고 있던 적은 한 끼 식사로 수많은 사람이 배부르게 먹는 이적을 일으키셨습니다. 그런데 이 기적 후에 다 먹고 남은 것에 대해 기록합니다. 별로 관심 두지 않을 수도 있지만, 남은 것들을 그냥 방치하지 않고 모아 정리했습니다. 제자들은 청소하고 정리하며 그곳에 모인 사람들과 이 놀라운 사건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었겠지요. 배고파서 정신없이 음식을 먹을 때는 잘 몰랐을 감사의 마음도 느낄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기적을 일으키신 예수님이 누구신지 더욱 궁금해지면서, 이전에 들었던 예수님의 말씀들이 하나하나가 새롭게 떠올랐을 것입니다. 청소하고 정리하는 일은 위생에 문제가 없도록 깔끔하게 치우거나 물건을 제자리에 놓는 행동, 그 이상의 일이지요. 때로 이 시간은 지난 삶을 돌아보고, 현재의 일상을 효과적으로 재정립하여 미래에 있을 일을 기대하게 합니다. 노년의 아인슈타인에게 어느 날 기자가 찾아와 실험실을 보여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딱히 보여줄 것이 없다며 사양했지만, 최고의 과학자가 사용하는 실험실이 어떤 곳인지 궁금해하며 꼭 보고 싶다고 재차 부탁했습니다. 그러자 아인슈타인은 주머니에서 만년필을 꺼내서 보여주며, 이것이 자신의 과학 장비라고 말했습니다. 기자는 무척 당황했습니다. 그러면 과학 장비들 중에 제일 중요한 것을 보여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그때 아인슈타인이 가리킨 것은 옆에 있던 휴지통이었습니다. 기자가 황당해하자, 아인슈타인은 웃으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는 일상생활 도중 머릿속에 뭔가 떠오를 때면 그때마다 잊어버리지 않도록 만년필로 메모하고 골똘히 생각합니다. 그러니 내겐 메모하고 계산할 수 있는 만년필과 필요 없는 메모를 버릴 수 있는 휴지통만 있으면 됩니다.” 자신의 연구를 최고로 발휘하기 위한 시스템이 메모였고, 그보다 더 중요한 건 필요 없는 메모를 버리는 일이었습니다. Albert Einstein(1879-1955) 출처 : Wikimedia Commons 그리스도인은 더 많은 것을 소유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다시 물어야 합니다. 때로 분주하게 생활하는 것이 성공의 증거라거나, 자신의 느낌과 감정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하는 세상에 대해서도 한 번 더 생각해봐야 합니다. “너희는 이 세대를 본받지 말고 오직 마음을 새롭게 함으로 변화를 받아 하나님의 선하시고 기뻐하시고 온전하신 뜻이 무엇인지 분별하도록 하라”- 로마서 12:2 세상 풍조에 따라 이리저리 휘둘리지 말고 주어진 삶을 단정하게 잘 정리하라는 말씀입니다. 그리스도인에게 있어 중요한 과제는 나의 존재 가치가 소유에 있지 않음을 깨닫고 불필요한 것을 잘 버리고, 그리고 꼭 필요한 사람과 나누는 데 있습니다. 더 많이 가져야 나의 존재가 인정받는다는 착각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사람의 가치가 소유의 많고 적음에 있지 않음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군복과 놋 투구와 갑옷을 벗어야 하는 이유 역설적이게도 꼭 필요함에도 불필요한 것임을 깨닫고 버려, 전쟁에서 승리한 사건이 성경에 있습니다. 구약성경에서 청년 다윗이 사무엘에게 기름 부음 받았을 때, 블레셋이 큰 군대를 모으고 이스라엘과의 전쟁을 일으켰습니다. 다윗의 아버지 이새가 다윗에게 전쟁터에 나가 있는 세 형에게 볶은 곡식 한 에바와 떡 열 덩이를, 천부장에게는 치즈는 가져다주고 그리고 형들의 안부를 살펴 증표를 가져오라고 했습니다. 아버지의 말씀을 따라 전쟁터에 나간 다윗은 이스라엘과 블레셋이 대치한 상황에서 골리앗이라는 블레셋 장수가 나와 이스라엘을 모욕하며 싸움을 거는 것을 목격합니다. 분노한 다윗이 사울 왕에게 전쟁에 나가겠다고 하자, 사울은 자신의 군복과 갑옷을 다윗에 입히고 또 놋 투구를 씌워 주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것들을 다 갖추어 입고 칼을 군복 위에 차고 나니, 제대고 걷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때 다윗은 전쟁에서 필수품인 군복과 놋 투구와 갑옷을 벗습니다. 자신에게 불필요하다는 판단에 과감하게 버립니다. 그 대신 손에 막대기를 잡고 시내에서 고른 매끄러운 돌 다섯 개를 주머니에 넣고서 골리앗과 싸우러 나갑니다(사무엘상 17:40). 그리고 골리앗과의 싸움에서 승리합니다. Gian Lorenzo Bernini - David(1623-24) 출처 : Wikipedia 다윗은 결정적인 순간에 지혜로운 선택을 합니다. 외형적인 조건으로 볼 때, 골리앗과의 싸움은 이길 수가 없습니다. 골리앗은 체구가 크고, 오랜 전투 경험이 있는 군인이었습니다. 게다가 전투에 필요한 장비를 제대로 갖춘 최고의 용사였습니다. 반면, 다윗은 체구가 작고, 전쟁의 경험이 전혀 없는 목자였습니다. 게다가 전쟁에서 필수적인 전투 장비마저 다 버리고 골리앗과의 싸움에 나갔으니 결과는 누가 봐도 뻔했습니다. 하지만 놀랍게도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다윗의 승리로 끝납니다. 이 전투의 승리요인으로 꼽을 수 있는 첫 번째는 불필요한 것을 버린 것입니다. 다윗은 자신에게 잘 맞지 않는 갑옷과 투구는 물론, 제대로 사용할 줄 모르는 칼도 버리고, 자신이 가장 잘 사용할 수 있는 것을 골랐습니다. 그것뿐만 아니라, 그의 도움이 되시는 하나님을 더 크고 선명하게 바라봤습니다. 이제 하나님의 도움을 의지하며 하나님의 이름으로 전투에 나갑니다. 다윗은 골리앗과의 싸움에서 이렇게 외칩니다. “너는 칼과 창과 단창으로 내게 나아오거니와 나는 만군의 여호와의 이름 곧 네가 모욕하는 이스라엘 군대의 하나님의 이름으로 네게 나아가노라. 또 여호와의 구원하심이 칼과 창에 있지 아니함을 이 무리에게 알게 하리라 전쟁은 여호와께 속한 것인즉 그가 너희를 우리 손에 넘기시리라”- 사무엘상 17:45, 47 이 고백은 다윗이 전투에 꼭 필요한 것을 버린 것이 어리석은 행동이 아니었음을 알려줍니다. 그에게는 하나님에 대한 믿음과 신뢰가 있었고, 그래서 기꺼이 불필요한 그을 버릴 수 있었습니다. 인생의 마지막 날을 생각하며 정리하기 삶의 마지막에 앞서 자신의 물건을 정리하는 데스클리닝(death-cleaning) 전문가 마르가레타 망누손이 집필한 에세이 <내가 내일 죽는다면>은 정리의 몇 가지 원칙을 알려줍니다. 1. 쉬운 것부터 정리하기2. 물건을 정리하며 그에 담긴 행복한 순간 기억하기3. 내게 쓸모없는 물건일지라도 누구에겐 필요하지 않을지 생각해 보기4. 물건을 사지 않아도 감상할 수 있음을 기억하기5. 데스클리닝 중에도 현재의 삶을 등한시하지 않기6. 자기에게 맞는 속도로 데스클리닝 진행하기 망누손은 이 책을 여든 살에 저술하는데, 어머니를 떠나보낸 뒤 가족들과 집을 정리하다 신기한 경험을 합니다. 어머니의 물건들에 어머니가 작성한 메모가 붙어 있었는데, 각 물건을 어떻게 처리하면 되는지 적혀 있었습니다. 기부 단체에 보내야 할 꾸러미, 원래 주인에게 돌려주어야 할 책들, 박물관에 기증하라고 적힌 오래된 승마복에는 담당자의 연락처까지 첨부되어 있었습니다. 망누손은 이 작은 지시 사항에서 위안을 얻었고, 어머니가 옆에서 도와주는 것만 같았다고 합니다. 이 일 후로 본격적으로 데스클리닝을 시작합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슬픔에 빠진 가족들의 집을 정돈해 주거나, 노인들에게 미리 물건을 정리하며 죽음을 대비할 수 있게 도와주었습니다. 그렇게 물건을 정돈하고 나누는 과정에서 삶의 의미를 깨닫고, 동시에 따뜻함과 행복이 더 커지는 것을 경험했습니다. Vincent van Gogh - Woman with a Broom(1885) 출처: 크뢸러 뮐러 미술관(네덜란드) 누구나 언젠가는 죽습니다. 이것만은 분명합니다. 그래서 평소에 내 삶의 자리를 깨끗이 청소해 정갈하게 하는 것, 필요하지 않은 물건들을 버리고 정리하며 나누는 일은 지금 해야 할 일입니다. 사랑하는 사람들이 당신을 아름답게 기억하고 소중한 시간을 낭비하지 않도록 살아있는 동안 잊지 말고 해야 할 청소와 정리가 이 아침에 해야 할 일입니다. “그들에게 이르시되 삼가 모든 탐심을 물리치라 사람의 생명이 그 소유의 넉넉한 데 있지 아니하니라 하시고… 하나님은 이르시되 어리석은 자여 오늘 밤에 네 영혼을 도로 찾으리니 그러면 네 준비한 것이 누구의 것이 되겠느냐 하셨으니 자기를 위하여 재물을 쌓아 두고 하나님께 대하여 부요하지 못한 자가 이와 같으니라”- 누가복음 12:15, 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