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종 심리 - 어느 한 임종환자의 고백을 중심으로 ] 인류가 인공지능, 자율운행 자동차를 통해 빠르게 진행하는 사이에 코로나 바이러스는 인류에게 잠깐 멈춤이라는 사인을 보내는 것 같다. 인간의 자만심에 경고를 보내고 인간의 한계와 죽음을 다시 한 번 성찰하게 만드는 순간들을 제공한다. 앞으로 5회에 걸친 글을 통해 죽음에 대한 태도, 심리, 그리고 죽음을 당했을 때 어떻게 애도해야할지, 어떤 개입을 해야 할 지에 대한 글을 나누도록 하겠다. 아래의 글은 어느 한 임종환자의 고백이다. “자궁암 말기 진단 받고 화가 나서 죽을 준비한다며 입던 옷을 다 태워버리고 가구도 정리했다. 증상이 심해지고 인공항문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되자, 인생이 한없이 서러웠다. 검사한다고 차디찬 곳에 드러누워야 하는 대학병원에는 발을 들여놓기도 싫었다. 이제 죽기만 하면 되는데... 어렸을 때 모진 어머니 밑에서 한 손에는 모시 삼고, 또 한 손에는 장작불 지피고, 등에는 남동생을 업고 밥까지 하며 컸는데, 맨발로 도망쳐 나와 갖은 고생하고 이제 겨우 식구들 모여 재미있게 사는데.. 수술해보려고 자존심 버리고 여기 저기 손을 펼쳤으나 모두 외면했다. 그냥 죽자. 내 주제에 그래도 대학 병원에 가면 혹시 수술이 잘 될지도 몰라!’ 숙빈씨의 설움이 그 날 밥에도 가시지 않고 잠 못 이루게 했다. 다음날 숙빈씨의 시골 어머니가 올라오셔서 두 달을 함께 지내며 지난 일들을 나누고 지극 정성으로 돌봐주셨다. 그제야 숙빈씨 얼굴에는 현실을 견딜 힘이 꽃처럼 피어나기 시작했다. 이 이야기에 임종환자들의 다양한 심리를 볼 수가 있다. 우선 죽음에 대한 분노가 있다. 하고 싶었는데 하지 못한 것들, 그리고 하나님에 대한 화가 스며들어 있다. 둘째로 평상시 가지고 있던 것을 버리거나 나누어주는 등 정리하려는 심리가 있다. 주변을 정리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셋째로, 서러운 감정이 있다. 넷째로, 체념하는 감정이 있다. 다섯 번째, 자신의 과거에 대해 회상하고 있다. 여섯 번째 현실에 대한 무감각해지려는 마음이 있다. 이 환자의 심리를 전반부, 중반부, 후반부로 나누어 보면 전반부, 중반부에는 상당히 비관적이었는데, 후반부에는 더욱 긍정적인 마음으로 전환되었다. 이렇게 임종을 맞이하는 분의 마음에 영향을 준 것은 환자 주위의 가족과 공동체의 지지와 격려인 것이다. 임종을 맞이하는 사람들의 심리적 요인으로는 우선 역할 상실을 들 수 있다. 특히 남자들에게 있어서는 임종 전에 역할 상실에 대한 갈등을 하게 된다. 가장으로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후회들을 하는 경우가 있다. 또한 고독, 고립, 소외 감정들을 느끼는데, 이 감정들은 자기는 ‘더 이상 쓸모 없다’라는 느낌과 맥을 같이 한다. 이 감정이 이어져서 죽어가는 과정에서 대한 패배감을 느끼기도 한다. 신체적인 요인으로는 시력과 청력이 감퇴하게 된다. 이를 통해서 외부의 교류가 원활하지 못함으로 인해 사회적 고립감을 느끼게 된다. 필자의 경험에 의하면, 죽음 전까지 가장 오래가는 감각은 청력이라고 본다. 필자가 혼수상태로 8년을 병상에 누워 있었던 할머니를 심방한 적이 있었는데, 그 환자의 귀에 대고 찬송가를 부르고 기도를 드리자 그 환자가 손가락이 조금 움직여서 반응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임종을 맞는 분들에게 의식이 없다고 그냥 두지 말고 귀 가까이 다가가 임종하는 분이 들어야할 말, 듣고 싶은 말을 해주고 특별히 사랑한다, 존경한다, 그동안 고마웠다 등의 이야기를 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찬송과 기도를 들려주면 큰 위로가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가족 환경적인 요인으로는 가족의 도움을 들 수 있다. 가족의 사랑과 공동체의 지지를 받는 사람들은 죽음을 잘 수용한다. 살았을 때 자신의 가족과 공동체 안에서 행복한 인간 관계를 맺지 못한 사람들은 죽음도 행복하게 맞이하지 못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글은 현대와 신학(2004)에 실린 유영권의 글 “임종환자와 목회상담”을 수정보완하였다.>유영권 교수 (연세대학교 연합신학대학원 상담코칭학과, 한국상담심리학회 학회장 역임, 한국자살예방협회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