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상적 애도 vs 비정상적 애도 ] 정상적인 애도의 과정에서는 감정적으로는 죄책감, 불안, 외로움, 피곤, 무기력, 충격, 안도, 멍함을 동반하고 신체적으로는 위가 빈 것 같은 것을 느끼고, 가슴이 죄어 오고, 목이 막힘, 소리에 민감하며, 숨가픔, 입의 건조 등을 느낀다. 사고에 있어서는 불신, 혼란, 집착, 환상 등이 나타나고, 행동으로는 불면증, 식욕 부진, 사회적 격리, 죽은 사람에 대한 기억, 한숨 등을 들 수 있다. 가령, 애도기간 중에 불신, 피해망상들을 갖는 경우가 있는데 이 때문에 자기의 돈에 대한 강박관념을 가지고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돈을 훔칠 것이라는 생각으로 불안에 떠는 경우가 있다. 비정상적인 애도의 과정으로는 뚜렷한 목적 없이 과다한 행동을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사랑하는 사람이 죽은 후에 투자를 무모하게 하여서 경제적 손실을 초래하는 과다한 행동을 한다. 또한 죽은 사람이 앓던 병과 비슷한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친구와 친척간의 관계에 변화가 생기며 어느 특정한 사람에게 과도한 적대감을 가진다.¹ 교회활동을 중단하거나 직업상, 전문분야에 옳지 않은 결정을 하기도 한다. 애도의 유형으로는 애도의 회피를 들 수 있다. 우선 미이라화(mummification)의 경우가 있다. 필자가 자신의 딸을 먼저 하늘 나라에 보낸 집에 심방간 적이 있었는데, 그 집에는 어머니가 딸의 방에 그 딸이 죽기 전에 쓰던 모든 물건을 간직하고 진열해 놓고 살고 있었다. 이미 딸이 죽은 지 수년이 지났는데 미이라처럼 그때의 것들을 그대로 간직하려는 것이다. 심방 후 필자는 여집사님에게 그 딸을 천국으로 그냥 보내라는 권면을 해준 적이 있다. 슬픔이 너무 큰 나머지 애도의 과정을 걸치지 않고 회피하려는 모습이다. 다른 한가지의 애도의 회피로서, 이상화의 경우를 들 수 있다. 죽은 사람에 대한 의미를 너무나 과대 해석하는 것이다. 한 남편이 죽은 자신의 아내를 너무나 사랑한 나머지 자신의 아내를 화장한 후 그 분골을 조그만한 캡슐에 넣어, 하루에 한 캡슐씩 먹는 사람을 예로 들 수 있다. 이 남편은 부인을 너무나 극대화 시킨 것이다. 이때 돌봄자의 임무는 죽어서 떠나가는 사람들을 떠나 보내도록(let it go) 도와주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만성적인 애도를 들 수 있다. 이는 정상적인 애도 기간을 넘어서까지 애도하는 것이다. 이들은 상실의 경험이 몇 년 전 임에도 불구하고, 상실의 고통에 압도된 상태로 살아간다. 상실이 꽤 지난 후에도 상실과 관계없는 사건들에 여전히 심한 애도의 반응을 보인다. 그리고 상실의 주제를 매일 매일의 주제로 반복하여 떠올리기도 한다. 학자들에 의하면, 정상적인 애도는 6개월에서 1년이라고 한다. 따라서, 애도기간이 1년 이상이 넘어간다면, 돌봄자들은 이들의 애도를 멈출 수 있도록 도와줄 필요가 있다. 애도의 유형으로 억압된 애도를 들 수 있다. 이 단계에 머무른 사람은 자신의 건강을 돌보지 않는다. 알콜 중독이나 약물 남용, 문란한 성관계, 만성적 질병, 자살에 대한 과도한 집착을 보인다. 필자가 상담한 사람 중에서 Scott이란 사람이 있었는데, 그는 자살에 대한 이야기를 끊임없이 하였다. 상담을 통해서 그가 왜 자살이라는 다시 말해 죽음에 대한 생각에 집착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Scott의 아버지는 그가 외도하는 곳에 자신의 아들을 데리고 갔고, 화장실에서 Scott는 열쇠구멍으로 자신의 아버지가 외도하는 장면을 보기도 했다. 그런데, 아버지가 어느 날 권총으로 자살을 했다. 이 사실을 온 가족은 Scott에게 비밀로 하려 하였으며 Scott에게도 아버지의 죽음에 대해서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Scott는 아버지가 자살한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아버지의 죽음에 대해서 애도할 기회가 없었다. 즉, 마음껏 슬퍼할 수 있는 공간을 잃어버렸던 것이다. 이 때문에,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에 빠졌고, 아버지와 같이 자살하고 싶은 충동을 갖게 되었다고 분석할 수 있다. 이러한 애도의 과정 중에 돌봄자의 임무는 비정상적인 애도를 정상적인 애도로 바꾸는 것이다. 즉, 마음껏 슬퍼하고 분노를 표출하게 함으로써 죽음에 대해서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느끼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1 David Creshaw, Bereavement:Counseling the Grieving through the Life Cycle (New York:Continuum, 1990), p.26. 유영권 교수 (연세대학교 연합신학대학원 상담코칭학과, 한국상담심리학회 학회장 역임, 한국자살예방협회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