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교자 <주기철(朱基徹, 1897년-1944년)>의 마지막 소망조선 교회를 위한 한 알의 썩은 밀알이 되는 죽음 “내 하나님 나라에 가서 산정현교회와 조선 교회를 위해서 기도하겠소.내 이 죽음이 한 알의 썩은 밀알이 되어서 조선 교회를 구해 주기를 바랄 뿐이요.” 주기철(朱基徹, 1897년-1944년) 목사가 평양 감옥에서 옥고를 겪고 있을 때, 아들 주광조는 어머니 오정모와 함께 마지막 면회를 합니다. 그 때 주광조는 “당신은 꼭 승리하셔야 합니다. 결단코 살아서는 이 붉은 문 밖을 나올 수 없습니다.”라는 어머니의 말에 이어진 아버지의 유언과 같은 말을 듣습니다.(그림-<주기철>) “그렇소. 내 살아서 이 붉은 벽돌문 밖을 나갈 것을 기대하지 않소. 나를 위해서 기도해 주오. 내 오래지 않아 주님 나라에 갈 거요. 내 어머니와 어린 자식을 당신한테 부탁하오. 내 하나님 나라에 가서 산정현 교회와 조선 교회를 위해서 기도하겠소. 내 이 죽음이 한 알의 썩은 밀알이 되어서 조선 교회를 구해 주기를 바랄 뿐이요.”- 주광조, 『순교자 나의 아버지 주기철 목사님』(UBF출판부, 1997년), 104-106쪽. 따뜻한 숭늉 한 그릇 먹고 싶소주기철 목사는 자신의 시신을 고향으로 가져가지 말고, 평양 기독교인 묘지인 돌박산에 묻어 달라는 유언을 남깁니다. 고통스러운 기억이 있는 평양임에도 자신의 생명을 다해 신앙을 지키고 교회와 성도를 위해 기도하던 이곳에 남고 싶었던 것이지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아내 오정모에게 남긴 말은 “여보, 나 따뜻한 숭늉 한 그릇 마시고 싶은데...”였다고 합니다. 이런 유언의 말을 남기고 그 자리에 쓰러지자, 바로 간수들이 감방으로 옮겼습니다. 죽은 듯 누워 있던 그는 1944년 4월 21일 밤 9시경에 하나님의 부름을 받습니다. 3.또 다른 천사가 와서 제단 곁에 서서 금 향로를 가지고 많은 향을 받았으니 이는 모든 성도의 기도와 합하여 보좌 앞 금 제단에 드리고자 함이라 4.향연이 성도의 기도와 함께 천사의 손으로부터 하나님 앞으로 올라가는지라 - 요한계시록 8:3~4 - 주기철은 경상남도 창원군 웅읍면 북부리에서 1897년 11월 25일 아버지 주현성과 어머니 조재선의 아들로 태어났습니다. 아버지 주현성은 1914년 8월에 입교하고, 이듬해 6월에 세례를 받아 11월 영수(領袖)직을 맡습니다. 부자(父子)는 웅천교회를 출석했습니다. 1913년, 주기철은 고향에 있던 개통학교라는 초등학교 졸업 후, 이승훈 장로가 평북 정주에 세운 오산학교에 진학합니다. 오산학교 시절 이승훈과 조만식에게서 신앙적인 많은 영향을 받습니다. 그리고 언더우드가 설립한 연희전문학교에 입학합니다. 학교생활 중에 안질이 악화되어 휴학을 하고 고향으로 내려와 치료를 받습니다. 이후 1917년 10월 고향 근처 김해읍교회에 출석하던 안갑수와 중매로 결혼해 5남 1녀를 두었습니다. 1920년 9월에 있었던 한 부흥사경회에 참석해 김익두 목사의 새벽기도회에서 ‘성령을 받으라’는 제목의 설교를 듣는 중 자신이 하나님 앞에 엄청난 죄인임을 깨닫고 통회하는 경험을 합니다. 그리고 1922년부터 평양에 있는 장로회신학교에서 신학 수업을 시작합니다. 그리스도인이 준비해야 할 죽음 주기철 목사가 성도의 죽음과 죽음의 준비에 대해 생각하던 바를 「종교시보」(宗敎時報) 제3권 8호(1934년 8월) ‘사(死)의 준비’라는 제목의 글에서 살펴볼 수 있습니다. 그는 죽음 준비는 곧 영생의 준비라고 할 수 있다며, 고린도후서 5장의 장막집이 무너지면 하나님께서 지으신 집이 하늘에 있다는 것은 우리가 육신을 떠나 하나님께로 돌아감을 가리킨다고 설명합니다. (그림-<주기철 목사 장례식 모습> Ⓒ제일문창교회역사기념관) 1.만일 땅에 있는 우리의 장막 집이 무너지면 하나님께서 지으신 집 곧 손으로 지은 것이 아니요 하늘에 있는 영원한 집이 우리에게 있는 줄 아느니라 2.참으로 우리가 여기 있어 탄식하며 하늘로부터 오는 우리 처소로 덧입기를 간절히 사모하노라 - 고린도후서 5:1~2 - 그는 가장 확실히 죽음을 준비하지 않는 것은 마귀의 속임을 받아 안심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일찍 일어날 때 충분히 기도로 준비하고, 집을 나가 모든 일을 하고, 밤에 침상에 누울 때에도 기도로 준비하고 누우라고 합니다. 즉 내일 또 내년이 내 것이 아님을 강조합니다. 그는 “신자여! 준비합시다. 사(死)의 준비를!”이라며 준비해야 할 죽음에 대해 ‘사(死)의 준비’라는 제목의 글에서 다음의 것을 말합니다.- 주기철, 『한국 기독교 지도자 강단설교-주기철』(홍성사, 2008년), 46-51쪽. 「종교시보」 제3권 8호(1934. 8)에서. 1. 사망을 두려워하지 않도록 준비할 것입니다.죽을 때 두려워함은 형벌의 염려가 있음인데, 양심은 하나님 앞에서 행한 대로 증거 합니다. 세상 사람이야 알 건 모르건, 칭찬하건 말건, 생전에 하나님을 경외하는 생활을 하면 천국에 갈 것입니다. 2. 비애의 사망이 되지 않도록 준비할 것입니다.세상 사람은 소망이 없기에 가는 자도 보내는 자도 슬픔밖에 없습니다. 소망 없는 길을 떠나면 위로가 없고 슬픔밖에 없지만, 성도는 천국에서 서로 만나 주를 영접하며 영광중에 생활할 것입니다. 또한 죄가 될 만한 허물이 없는 것을 생각하면 기쁠 수밖에 없습니다. 3. 재물을 하늘에 쌓으십시오. 사망 시에 슬프지 않습니다.이 땅에 소망을 두고 재물을 모으고 모든 것을 쌓으면 이것에 연연하여 떠날 때에 울고 슬퍼할 것입니다. 하지만 성도는 재물을 하늘에 쌓고 소망을 천국에 두고 천국을 위해 일할 것입니다. 주기철 목사는 수감생활 동안 전부터 앓고 있던 질환인 안질이 더욱 심해졌고, 폐와 심장이 급속도로 약화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혹독한 고문으로 병세가 심해지면서 병감으로 옮겨져 1944년 4월 21일 죽음을 맞아 순교합니다. 주기철 목사의 어머니는 아들이 죽기 전날 밤 꾼 꿈에서 아들이 흰옷을 입고 와서 절하고 하직하는 모습을 보고 놀라서 깼다고 합니다. 같은 평양 감옥에서 옥고를 겪고 있던, 날마다 “예수 천당!”을 외쳤던 최권능 목사는 육체가 만신창이가 되고 석방되어 평양 기홀병원에 입원합니다. 하지만 결국 회생하지 못하고 비슷한 시기인 1944년 4월 15일에 순교합니다. 그가 남긴 마지막 말은 이것이었습니다. “하늘에서 전보가 왔구나, 나를 오라는...”- 김인수, 『예수의 양(穌羊) 주기철』(홍성사, 2007년), 221쪽. 한 알의 밀알이 되는 죽음예수님의 모든 말씀이 귀하고 소중하지만, 십자가상에서 남기신 일곱 말씀은 구약에서부터 시작된 하나님의 약속의 성취와 예수님의 사역의 핵심을 보여줍니다. 마지막 한 말씀까지도 하나님의 역사를 이룬 물고가 되었습니다. 첫 번째 말씀, “아버지 저들을 사하여 주옵소서”(누가복음 23:32~34)두 번째 말씀, “오늘 네가 나와 함께 낙원에 있으리라”(누가복음 23:39~43)세 번째 말씀, “여자여 보소서 아들이니이다”(요한복음 19:25~27)네 번째 말씀, “나의 하나님, 나의 하나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나이까”(마태복음 27:46)다섯 번째 말씀, “내가 목마르다”(요한복음 19:28~29)여섯 번째 말씀, “다 이루었다”(요한복음 19:30)일곱 번째 말씀, “아버지 내 영혼을 아버지 손에 부탁하나이다”(누가복음 23:44~49) 십자가상에서의 이 말씀은 우리의 죄를 대신 지신 예수님의 죽음의 의미를 생각나게 합니다. 우리의 삶과 죽음이 예수님의 십자가의 죽음과 부활과 하나임을 말이지요. 수많은 비난과 저주 속에서도 예수님은 하나님의 뜻에 순종함으로 죽음의 자리로 나가셔서 한 알의 밀알이 되셨고 그런 예수님을 하나님이 높이셨습니다. 우리도 이 예수님의 부활에 동참할 것입니다. 8.사람의 모양으로 나타나사 자기를 낮추시고 죽기까지 복종하셨으니 곧 십자가에 죽으심이라 9.이러므로 하나님이 그를 지극히 높여 모든 이름 위에 뛰어난 이름을 주사 10.하늘에 있는 자들과 땅에 있는 자들과 땅 아래에 있는 자들로 모든 무릎을 예수의 이름에 꿇게 하시고 11.모든 입으로 예수 그리스도를 주라 시인하여 하나님 아버지께 영광을 돌리게 하셨느니라- 빌립보서 2:8~11 - 그는 일사각오(一死覺悟)의 신앙으로 인해 자신이 속한 총회에서조차도 파면을 당하고 마침내 순교에 이르렀습니다. 감옥에 갇혀 있다 잠시 석방되던 날, 1940년 2월 첫 주일 평양 산정현교회에서 마태복음 5장 11절~12절과 로마서 8장 31절~39절로 마지막 설교를 합니다. 그는 이렇게 말합니다. “주님을 위하여 열 백 번 죽어도 좋지만 주님을 버리고 백 년, 천 년 산다 한들 그 무슨 삶이리오! 오! 주여! 이 목숨을 아끼어 주님께 욕되지 않게 하시옵소서. 이 몸이 부서져 가루 되어도 주님 계명을 지키게 하시옵소서... 주님 저를 위하여 죽으셨거늘 제가 어찌 죽음을 무서워 주님 모르는 체하오리까! 다만 일사각오(一死覺悟)가 있을 뿐입니다.”- 주기철, 『한국 기독교 지도자 강단설교-주기철』(홍성사, 2008년), 157쪽. 11.나로 말미암아 너희를 욕하고 박해하고 거짓으로 너희를 거슬러 모든 악한 말을 할 때에는 너희에게 복이 있나니 12.기뻐하고 즐거워하라 하늘에서 너희의 상이 큼이라 너희 전에 있던 선지자들도 이같이 박해하였느니라 - 마태복음 5:11~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