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마지막 의·식·주 이야기 ②]장례식(葬禮式), 미리 준비할 예식 가족이 모여 함께 기념사진을 찍어야 할 때가 있습니다. 특별한 날인데, 대표적으로 돌잔치, 졸업식, 결혼식, 칠순이나 팔순 등이 손에 꼽힙니다. 각각의 날들은 생애 전환이 이루어지는 중요한 시기이기에 기억하고 기념하기 위해 사진을 남깁니다. 이런 기념사진은 대부분 예식이 끝난 후에 찍는데, 기념사진의 중심에는 주인공이 자리합니다. 그리고 나머지 사람들이 주변에 둘러 모입니다.모든 예식에는 주인공이 꼭 참석합니다. 참석해서 사람들과 인사를 하고, 기억에 남을 한 마디 말도 합니다. 노래를 부르기도 하지요. 주인공이 없으면 예식 자체가 무의미해집니다. 그런데 유일하게 주인공이 참석은 물론 함께 이야기하지 못하는 예식이 있으니, 바로 생애 마지막 예식인 장례식입니다. 고령화라는 사회적 상황을 일찍부터 경험했던 일본에서는 ‘종활’(終活, 임종 준비 활동), ‘직장’(直葬, 장례과정을 간소화하는 것) 그리고 ‘가족장’(家族葬, 가족을 포함한 가까운 지인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소규모 장례)과 같은 장례문화가 있습니다.‘직장’은 여러 사람이 모이는 밤샘이나 고별식을 생략하고 곧바로 화장해 하루 만에 장례를 끝내는 것입니다. 비용적인 부분과 더불어 홀로 살다 죽음을 맞는 노인들이 많아 장례를 돌볼 사람이 없어서 나타난 현상입니다.그리고 ‘가족장’은 장례식 참석인원을 미리 소규모로 확정지어 두고 장례지도사가 그들과 함께 상의하면서 고인의 장례식을 준비합니다. 적은 비용과 가족과 친지가 장례식 준비에 참여한다는 점 그리고 고인만을 위한 장례식을 구성한다는 점에서 장점이 있습니다. 이처럼 1인 가구의 증가와 수명연장으로 인한 고령사회로의 진입은 ‘장’(葬)에 있어 편의성이 강조되고 의례는 간소화되고 있습니다. [그림-장례식기념사진, 상가(喪家)의 천막을 친 마당에서 사람들이 함께 찍은 흑백사진입니다. 국립민속박물관] 코로나19 시기를 보내면서 겪어보셨겠지만, 이제는 꼭 장례식장을 찾지 않고 인터넷 추모관을 통해서도 장례식이 진행됩니다. 특히 대면 모임이 어려운지면서 사람과 사람이 직접 접촉하지 않는 언택트(noncontact)로 슬픔을 나누고 조의를 표하는 일이 늘어났습니다. 서로 얼굴을 마주 보고 대하지 않는 비대면(非對面) 시대에 장례식은 유튜브를 통해 생중계되고, 사람들은 추모의 글을 인터넷 댓글로 올립니다. 예식의 주인공만이 아니라, 손님과 예식을 준비하고 진행하는 이들도 서로가 서로를 볼 수 없는 그런 시대가 되었습니다. 우리나라 장례문화가 1900년대 이후로 많이 변했는데, 그 이유로는 1인 가구의 증가와 고령사회의 도래를 꼽을 수 있습니다. 또한 상조문화의 확산과 병원장례식장의 증가도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습니다.이제는 자녀가 중심이 되고 친척과 지인, 지역 공동체가 함께 하던 장례예식을 담당할 사람이 없습니다. 추모객을 맞는 일만으로도 벅차, 식사와 다과를 준비하고 대접하는 일까지 감당할 여유가 없습니다. 자연스럽게 장례과정의 간소화 또는 이 일을 대신 맡아주는 외주업체가 생겨났으니 상조회사입니다. 평소 가입해 둔 상조회사에 연락을 하면 직원이 파견되어 조문객을 위한 음식준비, 화장장과 운구차 예약, 장지 선정까지도 도움을 줍니다. 유가족은 지인에게 고인의 임종소식을 전하기만 하면 됩니다. 변화된 장례 문화의 모습입니다. 그리고 집이 아닌 영안실이 있는 병원장례식장을 이용하는 것이 당연하게 되었습니다. 주거 문화가 아파트와 오피스텔 같은 공동 주거문화로 바뀌면서 임종을 맞고 임종 후 장례를 살던 집에서 진행하기에는 번거로움과 문제가 많아졌습니다. 어쩔 수 없는 사정에 의해 그리고 효율성과 편리함을 따라 장례식의 장소가 바뀌었습니다.한국장례문화진흥원이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2018년 화장시설 이용 만족도 조사>에서 장례서비스와 관련한 조사로 장례를 치른 장소로는 ‘병원장례식장’이 57.7%로 가장 많고 이어서 ‘전문장례식장’(40.4%)이 많았습니다. 삶의 마지막 예식인 장례식을 위해서는 여러 준비가 필요합니다. 장례식장을 예약하고 주변 사람에게 부고 소식을 전하는 것부터, 챙겨야 할 일들이 참 많습니다. 그런데 사실 장례식에 대한 준비는 실제 장례식만을 생각해서는 부족합니다. 누군가의 죽음 소식을 듣고 나서 시작하는 것으로는 아쉬움이 남기 쉽습니다. 가족 모두를 위한, 제대로 준비된 장례식이 되기 위해서는 삶의 시간에서부터 준비가 필요합니다. 삶과 죽음에 있어 의미와 가치를 생각하는 마음에서부터 말이지요. 좋은 죽음에 대한 마음의 준비와 실제적인 준비가 같이 있어야 합니다. 장례식이 보다 따뜻한 공감과 소통 속에서 예식이 이루어지는 멋진 장례식이 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생각해야 할 것들이 있습니다. 먼저 임종을 앞두고 연명의료를 결정해야 하는 상황을 대비해 사전에 자신의 의사를 밝혀두는 것입니다. 사람이 죽음에 임박한 단계에서는 의식이 없거나 약물치료 등으로 혼미한 상태가 되어 자신의 의사를 분명히 표현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래서 누구나 맞게 될 마지막 단계의 의료적 처치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미리 밝혀놓는 것이 당사자의 고통은 물론 치료를 주관하는 의사, 그리고 사랑하는 가족에게 큰 도움이 됩니다. 2018년 2월 4일부터 시행되고 있는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은 약칭 <연명의료 결정법>이라고도 하는데, 회생 가능성이 없는 환자가 자신의 결정이나 가족의 동의에 따라 연명치료를 거부할 수 있도록 하는 법입니다. [그림-사전연명의료의향서, 국가법령정보센터] 관련 법적 서식의 하나인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19세 이상이면 건강할 때 미리 작성해 둘 수 있는데, 보건복지부에서 지정한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기관을 찾아가 충분한 설명을 듣고 작성하면 됩니다. 등록기관이 이것을 연명의료 정보시스템의 데이터베이스에 보관함으로 법적 효력을 인정받게 됩니다. 이후 회생의 기능성이 없고 치료에도 불구하고 회복되지 않으며 급속도로 증상이 악화되어 사망에 임박한 상태인 ‘임종과정’에 있음을 담당의사와 해당 분야 전문의 1명이 의학적으로 판단하는 경우 무의미한 연명의료는 중단되게 됩니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하는 것과 함께 이러한 자신의 의사를 평소에 가족에게 분명히 밝혀두는 것이 좋습니다. [그림-일기, 장례 때의 일을 기록한 책으로 묘지 조성 과정, 만난 사람 등에 대한 내용 등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국립민속박물관] 다음으로 ‘유서’(遺書)를 꼽을 수 있습니다. 또는 평소 작성한 <사전장례의향서>를 통해 앞으로 있을 장례식을 미리 준비할 수 있습니다. 부고(訃告)의 범위, 장례 형식과 절차, 매장과 화장의 여부, 장지 등에 대해 미리 작성하는 사전장례의향서는 남은 가족이 보다 안정된 마음으로 장례식을 준비하는데 큰 도움을 줍니다. 또 이것을 통해 고인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삶의 가치에 대해서도 선명하게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하나 더 묘비명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묘비명은 단지 자신의 묘비에 적을 기록만 아니라, 자신의 지난 삶을 스스로 성찰하고 어떤 사람으로 기억될지를 미리 생각해보는 소중한 시간이 됩니다. 그래서 죽음을 위한 준비일 뿐만 아니라, 자신이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 기억될지를 돌아봄으로 자신의 장례식을 미리 준비하는 것입니다. 죽음은 두려운 마음에 모른 척 하거나, 예측할 수 없다고 가볍게 여길 수 없습니다. 과거로부터 현재까지 죽은 사람은 모두 죽음을 이해하고 대하는 태도에 따라 죽음 앞에서 불안해하거나 평안한 모습을 또는 당황하거나 준비된 모습을 보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가장 확실한 지식인 누구나 언젠가 죽는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그로 인해 생기는 정서를 관리하며, 삶의 의미와 가치를 깨닫고 의지적으로나 행동적으로 건강한 삶을 살도록 돕는 죽음교육은 인생에서 경험해야 할 필수 교육과정입니다.‘오늘이 나의 삶의 마지막이라면 여러분은 누구와 시간을 보내고, 무슨 일을 하며, 어떤 마음으로 사시겠습니까?’ 이 질문은 자신의 마지막을 준비하게 하며 동시에 오늘을 제대로 살게 합니다. 분명 꼭 함께 하고 싶은 사람, 꼭 해야 할 일 그리고 1분, 1초라도 소중하게 생각하며 살 것이기 때문입니다. 정말 소중한 일에, 정말 가치 있는 일에, 가장 행복한 일에 사용하겠지요. 자신의 삶의 마지막인 장례식에 대한 준비는 오늘의 삶의 깊이와 밀도가 충만해지는 기회가 됩니다.